기사입력 2004-08-12 오전 08:55:41

"아낌없는 베품으로 보여준 고귀한 사랑"

　뇌사상태에 빠진 간호사가 자신의 모든 장기를 환자에게 기증해, 생을 떠난 뒤에도 아름다운 사랑을 남겼다.

　장기를 기증한 주인공은 청주성모병원 정선희 간호사. 정 간호사는 지난 1일 집에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으며 가족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였다.

　주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정 간호사는 깨어나지 않았고 결국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뇌사판정을 받았다. 정 간호사의 부모는 슬픔도 잊은 채, 평생 환자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자 했던 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장기적출술은 4일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에서 이뤄졌다. 정 간호사에게서 적출된 간, 심장, 각막, 췌장, 신장 등의 장기는 환자 7명에게 이식돼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주었다.

　꽃다운 스물여섯 나이에 세상을 뜬 딸을 가슴에 묻은 부모는 "평소 선희는 간호사란 직업을 하늘이 주신 것으로 여기고 즐겁게 생활했는데, 그 뜻을 다 펼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식할 장기가 없어 힘겹게 병마와 싸우던 환자들의 새 생명이 되어 선희는 우리 곁에 오랫동안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청주과학대학 간호과를 졸업한 정 간호사는 청주성모병원에 입사해 줄곧 산부인과 병동에서 근무해왔다. 붙임성이 좋은 성격 때문에 산모와 환자들 사이에서 다정다감하고 친근한 간호사로 통했다.

　청주성모병원 장순옥 과장은 정 간호사에 대해 "바쁜 업무중에도 항상 환자에 대한 작은 배려를 잊지 않았고 늘 밝고 씩씩해 환자들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면서 "정 간호사가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잠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천서울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참 간호를 실천한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병원동료, 친구, 친지 등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충북간호사회 목진향 회장과 회원들도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대한간호협회와 임상간호사회에서도 위로금과 복지기금을 각각 전달했다.

　발인은 6일 제천서울병원에서 치러졌다. 이어 고인의 유해는 제천의림성당으로 옮겨진 가운데 장례미사를 치르고 나서 화장됐다.

주선영 기자 syju@koreanurse.or.kr

주선영  syju@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