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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호 간호문학상 소설.수기부문 심사평
전상국(소설가·강원대 국문학과 교수)
기사입력 2004-12-23 오전 08:54:59
수호천사들의 글 솜씨와 생각의 깊이를 읽는 간호문학상이 이번부터 응모 범위를 간호대학 재학생들까지 넓혔군요. 그 기대에 걸맞게 좋은 작품들이 많아 입상작을 가려 뽑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
다.
소설부문의 경우 수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자기 체험의 진술이나 너무 감상적이거나 상투적인 이야기를 선외로 밀어놓고 나니 〈푸른 웃음 그리기〉 〈해가 지구에서 보낸 한철〉 〈근시〉 〈시작〉 등 네 편이 남더군요.
〈시작〉은 간호대학 재학생이 쓴 글로 화자인 주인공이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기까지의 얘기를 그린 아주 소박한 작품이지만 문학성에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뒤졌고, 〈근시〉는 삶의 아웃사이더인 한 청년의 캐릭터 만들기와 서술의 속도감이 좋았으나 작품의 서술 밀도나 구성이 단조로워 입상권에서 밀렸습니다.
당선작으로 뽑은 박정혜의 〈푸른 웃음 그리기〉는 몇 해 전에도 최종심에서 뒤로 밀렸지만 문학적 재능은 누구보다 빼어나다고 생각했던 이의 작품이군요. 이번 작품은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화자인 `나' 등 삼대 여인이 그려온 인생의 그림을 비범한 사물 포착의 안목이 번뜩이는 문장으로 형상화한 매우 깔끔한 작품입니다. 큰 진전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가작 김지원의 〈해가 지구에서 보낸 한철〉은 상큼하고 해맑은 작품입니다. 죽어가는 한 소년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다룬 이 작품으로 우선 걸리는 데 없이 잘 읽히는 좋은 작품이지만 아직 문학의 미적 가치 획득의 격까지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 가작 자리에 놓게 되었습니다.
〈바람도 돌아오지 않는 밤〉 〈사랑을 기다린 영혼〉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수기부문의 경우 체험의 절실함, 서술의 진실성, 역경극복의 의지 등을 기준 삼아 다음 세 편의 입상작을 뽑았습니다.
당선작 장경선의 〈다시 얻은 삶〉은 병원24시란 TV 프로그램에 방영되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쓴 글입니다. 뒤늦게 척추수술을 결심한 뒤 그 어려운 투병생활을 마치고 다시 보건진료소에 돌아가 불우한 이웃들을 더 힘차게 돌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매우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쓴 글입니다.
가작 박영옥의 〈긴 산책〉은 졸지에 결핵환자가 되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새로이 남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보람 있는 일인가를 확인하는 내용입니다. 병원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나 수녀님의 이야기가 글 내용을 돋보이게 합니다. 가작 김진희의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네 달여의 인도 여행 중 봉사단에 가입해 그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던 이야기군요. 봉사 체험이 앞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있어 큰 힘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외에도 〈상운이와 첫 만남〉 〈세하의 집〉 〈음성 꽃동네에서〉 〈신의 세움 받은 사람들〉 〈대기근무〉 〈작은 거인〉 등은 읽는 관점에 따라 입상작품들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좋은 글이었다는 것을 아쉬운 마음으로 밝혀둡니다.
전상국(소설가·강원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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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설부문의 경우 수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자기 체험의 진술이나 너무 감상적이거나 상투적인 이야기를 선외로 밀어놓고 나니 〈푸른 웃음 그리기〉 〈해가 지구에서 보낸 한철〉 〈근시〉 〈시작〉 등 네 편이 남더군요.
〈시작〉은 간호대학 재학생이 쓴 글로 화자인 주인공이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기까지의 얘기를 그린 아주 소박한 작품이지만 문학성에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뒤졌고, 〈근시〉는 삶의 아웃사이더인 한 청년의 캐릭터 만들기와 서술의 속도감이 좋았으나 작품의 서술 밀도나 구성이 단조로워 입상권에서 밀렸습니다.
당선작으로 뽑은 박정혜의 〈푸른 웃음 그리기〉는 몇 해 전에도 최종심에서 뒤로 밀렸지만 문학적 재능은 누구보다 빼어나다고 생각했던 이의 작품이군요. 이번 작품은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화자인 `나' 등 삼대 여인이 그려온 인생의 그림을 비범한 사물 포착의 안목이 번뜩이는 문장으로 형상화한 매우 깔끔한 작품입니다. 큰 진전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가작 김지원의 〈해가 지구에서 보낸 한철〉은 상큼하고 해맑은 작품입니다. 죽어가는 한 소년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다룬 이 작품으로 우선 걸리는 데 없이 잘 읽히는 좋은 작품이지만 아직 문학의 미적 가치 획득의 격까지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 가작 자리에 놓게 되었습니다.
〈바람도 돌아오지 않는 밤〉 〈사랑을 기다린 영혼〉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수기부문의 경우 체험의 절실함, 서술의 진실성, 역경극복의 의지 등을 기준 삼아 다음 세 편의 입상작을 뽑았습니다.
당선작 장경선의 〈다시 얻은 삶〉은 병원24시란 TV 프로그램에 방영되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쓴 글입니다. 뒤늦게 척추수술을 결심한 뒤 그 어려운 투병생활을 마치고 다시 보건진료소에 돌아가 불우한 이웃들을 더 힘차게 돌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매우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쓴 글입니다.
가작 박영옥의 〈긴 산책〉은 졸지에 결핵환자가 되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새로이 남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보람 있는 일인가를 확인하는 내용입니다. 병원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나 수녀님의 이야기가 글 내용을 돋보이게 합니다. 가작 김진희의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네 달여의 인도 여행 중 봉사단에 가입해 그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던 이야기군요. 봉사 체험이 앞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있어 큰 힘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외에도 〈상운이와 첫 만남〉 〈세하의 집〉 〈음성 꽃동네에서〉 〈신의 세움 받은 사람들〉 〈대기근무〉 〈작은 거인〉 등은 읽는 관점에 따라 입상작품들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좋은 글이었다는 것을 아쉬운 마음으로 밝혀둡니다.
전상국(소설가·강원대 국문학과 교수)
편집부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