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3-03 오전 09:29:49

　정신과 환자들을 위해 15년여를 한결같이 의로운 삶을 살아온 간호사 2명이 알코올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앙심을 품고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방화로 인천 은혜병원 박정선 간호과장(39)과 구일모 간호과장(39), 그리고 직원 김형기씨(54)와 고성애씨(24)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3시40분경 인천시 서구 심곡동 은혜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5월 퇴원한 백모(53)씨가 화염병을 병원 현관 1층 원무과 사무실을 향해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방화로 숨진 박 간호과장과 구 간호과장은 안산1대학 간호과 선후배 사이로 1988년과 1989년에 각각 은혜병원에 입사했으며 슬하에는 2남 1녀와 2남의 어린 자녀를 남긴 채 숨을 거뒀다.

　특히 박 간호과장은 3살 난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박 간호과장의 올케인 김모씨는 “떠난 사람도 불쌍하지만 남겨진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박 간호과장과 구 간호과장은 언제나 성실한 태도와 따뜻한 마음 씀씀이로 환자들을 대해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며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김수지 이사와 이광자 이사가 대표로 빈소가 차려진 신세계장례식장을 방문해 애도의 뜻과 함께 조화와 부의금을 전달했다. 또 박현주 간협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긴급대책반을 편성, 병원 화재현장에 급파하고 향후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인천시간호사회 최숙자 회장 등 회장단도 빈소를 찾아 조화와 부의금을 전달하고 고인들을 애도했다. 은혜병원 90여명의 간호사들도 박 간호과장과 구 간호과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모은 성금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박 간호과장과 구 간호과장의 발인은 가족과 친지 등이 모인 가운데 26일 오전 거행됐으며 박 간호과장은 충남 청양에, 구 간호과장은 경기 연천에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고이 잠들었다.

　한편 이들 2명의 간호사가 숨을 거둔 간호과장실은 병원 건물 구조상 현관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비상구가 없어 갑작스런 화재에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백찬기 기자 ckback@koreanurse.or.kr
주선영 기자 syju@koreanurse.or.kr

백찬기  ckbac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