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12-22 오전 09:45:11

　간호문학상에 응모된 글을 심사하는 일은 늘 즐거우면서도 긴장된다. 사람 생명의 존귀함을 누구보다 가까이 하고 있는 수호천사들의 그 전문성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이번에도 소설 6편, 수기 11편을 정성껏 읽으면서 이런 글들이 좀더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소설의 경우 6편의 작품 수준이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소설 쓰기에 대한 글쓴이들의 재능 확인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야기 흐름의 긴장이나 인물의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었다. 뽑는 이의 관심을 끈 것은 「해프닝」 「회색청춘」 「날 용서해줘」 「소녀의 꿈」 등 네 편이었다. 그러나「날 용서해줘」 는 잘 읽히는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대중성으로, 「소녀의 꿈」 은 주인공 소녀의 캐릭터가 좋았으나 역시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라서 입상권에서 제외시켰다.

　당선작으로 뽑은 박지은의 「해프닝」 은 자연스러우면서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각인된 첫사랑의 환상과 그 아픔을 달착지근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이처럼 능숙하게 펼쳐낼 수 있는 재능이라면 전문 작가의 길을 선택해도 큰 재목이 될 수 있겠다 싶다.

　가작으로 뽑은 김지희의 「회색청춘」 은 서술 톤이나 이야기 전개의 흐름에서 만만찮은 재능을 보여준 작품이지만 지나친 미문의식으로 작가의 의도나 소설적 긴장 만들기에 실패했다는 생각이다. 〈H〉와 〈나〉의 캐릭터를 좀더 분명히 하고 좀더 평이한 문장으로 이야기의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면 당선작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뽑힌 이들에게는 지금부터 새로이 시작하라는 말로 축하를 대신한다.

　수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것의 우열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험의 농도, 서술의 진실성, 역경극복의 의지 등을 기준 삼아 다음 두 편의 입상작을 뽑았다.

　당선작으로 뽑은 허옥화의 「절망에서 찾은 꿈」 은 척추측만증으로 여러 번 수술을 받으면서도 끝내 수호천사의 꿈을 버리지 않은 글쓴이의 의지와 그 노력 앞에 숙연해진다. 그동안 환자의 처지에서 바라본 수호천사들의 그 위안이 글쓴이에 의해서 더욱 숭고하게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가작으로 뽑은 박정순의 「따뜻한 빛이 되어」 는 어린시절부터 의료봉사의 길을 자기 인생의 길로 삼았던 글쓴이의 그 숙명적 선택이 짧은 글 속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글쓴이의 한결 같은 봉사정신에 큰 박수를 보낸다.

　「베트남 의료봉사 후기」(류향남), 「하나님의 선물」(최지혜), 「잊지 못할 추억」(가희주), 「그때가 다시 온다면」(권나경) 등 네 편의 글은 비록 선에서 밀리긴 했어도 뽑힌 글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수기로서의 골격과 감동을 갖춘 좋은 작품이었다는 것을 아쉬운 마음으로 밝힌다.

전상국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