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9-28 오전 09:31:33

　누구나 사랑의 자유를 말할 수는 있지만 정작 그 발언이 갖는 존엄함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불편한 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이들에게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허울을 덧씌워 위협한들 그들의 외침보다 더 강할 것인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어찌 사랑하는 사람과 성(性)을 향유하고픈 마음이 없겠는가?

　전과자 종두(설경구)와 뇌성마비인 공주(문소리)의 데이트를 따라가노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들 주변엔 이러한 진리도 통하지 않는다. 공주를 돌보던 이웃집 아낙은 공주가 보는 앞에서 태연히 부부관계를 한다. 단지 일그러진 외모와 불편한 움직임 때문에 온전한 사고능력을 지녔음에도 공주의 존재는 무시당하는 것이다.

　또 공주를 내세워 돈이나 뜯어내려는 오빠가족 앞에서 종두와의 성관계가 결코 강간사건이 아니라는 공주의 처절한 표현은 허공에 맴도는 이방언어일 뿐이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한국에서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
아간다는 것은 성생활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생활조차 일반인의 편견과 환경적 제약으로 너무나 힘겹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더 이상 아웃사이더가 아니며 그들의 은밀한 고민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정부가 되길 바란다.

　가을이다. 가을은 새로운 각오와 포부를 품에 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일 매일의 삶이 편안하지 않은 사람에게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주가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종두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세상을 향한 몸부림이고 애정일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과 헌신과 희생으로 그들을 돌보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기 바란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오진아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