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1-31 오전 09:55:48

　새해 벽두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메디컬 드라마 두 편이 격돌하고 있다. 정치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천재의사의 야망과 권력다툼을 그린 드라마와 핸디캡을 극복해가면서 여자 외과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가 그것이다.

　오랜만에 흥미롭게 메디컬 드라마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패치 아담스〉를 떠올렸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헌터 아담스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 곳에서 동료환자들과 마음을 함께 하면서 `패치(patch,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 퇴원한다.

　버지니아 의과대학에 입학한 괴짜 의대생 패치는 3학년이 되어서야 환자를 만날 수 있다는 교칙을 무시하고 소아암 환아들과 말기암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는가 하면 의대 친구들과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진료소를 세운다. 물론 학교 측의 경고조치와 징계재판이 뒤따랐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처럼 `로빈 윌리암스' 특유의 따뜻한 유머와 휴머니티가 이를 멋지게 이겨내고 마침내 의대 졸업장을 받음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내용만 보면 단지 감동을 목적으로 한 픽션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패치 아담스〉가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더 큰 감동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의 행동이 가치 있는 건 희망이나 이상으로만 남을 수 있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실천했다는 데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따뜻한 가슴으로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는 것이 의사나 간호사의 궁극적 이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상으로만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지식과 과학적 사고, 숙련된 기술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간호사 국가고시를 치른 예비간호사들이 이러한 희망과 이상을 잃지 않고 참 의료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오롯이 나아가길 바란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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