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02 오전 11:10:53

　〈안녕, 형아〉는 기적을 믿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말이 더 이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아병동에서 암과 싸우는 아이들과 가족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은 이 영화는 불치병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소재로 하는 어른들의 신파적인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강요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과 그래서 더욱 진한 감동이 있다.

　〈안녕, 형아〉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아픔이 뭔지, 슬픔이 뭔지, 죽음이 뭔지조차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9살 주인공 한이는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말썽대장이다. 늘 의젓하고 듬직한 형아 한별이가 뇌종양으로 입원했을 때도 병원은 힐리스를 타기에 안성맞춤인 또 다른 놀이터였을 뿐이다. 하지만 천방지축 한이도 병원에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욱이를 만나고 수술을 받는 형아를 지켜보면서 특유의 엉뚱함으로 가족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려고 애를 쓰는 속 깊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안녕, 형아"라는 말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먼저 올라간 욱이는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인기 개그맨의 흉내를 내며 엄마를 위로하는 아이다. 욱이를 통해 신체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마음이 병들어 있는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당당히 견뎌준 한별이. 침상에 누워서도 동생 한이에게 엄마를 즐겁게 해주라며 당부하는 한별이가 보여준 인내와 건강한 마음은 슬픔을 희망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만큼은 소아병동에 눈물이 없다. 아픈 병을 참고 견뎌야 하는 아이 앞에서 절대 울음을 보이지 않으려는 엄마까지도 마음껏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날이다. 그리고 아픈 형제로 인해 늘 한 발 떨어져서 많은 것을 기꺼이 손해보고 이해하는 대견한 아이들이 어른스러운 척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래서 소아병동만큼은 매일 매일이 어린이날이었으면 좋겠다.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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