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7-18 오전 10:15:46

　가끔씩 우리는 지친 병원생활에서 도피해 푸른 파도 위로 넘실대는 낙원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꿈꾼다.

　지중해의 하얀 햇빛 속에 위트 넘치는 대사와 잔잔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영화 〈지중해〉는 필자가 신규간호사로 근무하던 첫해인 1993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대단했던 그 여름에 더위를 피해 찾아간 소극장에서 청량제와도 같은 시원함을 맛보았던 영화다.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군사적 전략으로 중요한 그리스의 작은 섬 `미기스티'를 탈취하기 위해 이탈리아는 해군 8명을 파병한다. 그런데 전세가 불리해진 이탈리아는 파견한 병사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령부와 연락이 두절된 병사들은 낯선 섬의 표류자가 되고 만다. 병사들은 곧 전쟁을 잊어버리고 법과 관습, 윤리로부터 자유로운 이 섬에서 평화와 만족이 넘치는 새로운 생활을 누린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을에 불시착한 경비행기의 조종사로부터 전쟁이 종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지 처녀 바실리사와 결혼한 파리나를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은 조국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세월이 흘러 몬타나 중위는 섬을 다시 찾고, 그곳에서 `바실리사'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는 파리나와 섬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 로루소 상사와 재회한다.

　〈지중해〉는 거창한 반전영화는 아니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아 꿈을 꿀 수 있는 길은 도피뿐이다”라는 오프닝 자막으로 시작해 “도피를 갈망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는 엔딩 자막으로 끝을 맺듯이 도피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도피를 꿈꾸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영화 〈지중해〉를 추천한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직시했을 때 병사들이 새로운 이탈리아 재건의 희망을 안고 용감하게 섬을 떠나듯이, 곧 일상으로 돌아와 바쁜 나날 속에서도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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