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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싱 in 시네마-진심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있는가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기사입력 2007-08-08 오전 10:09:05

아스피린 한 통과 보드카 한 병을 한꺼번에 들이킨 17세 소녀 수잔나 케이슨. 그녀의 〈처음 만나는 자유〉는 우울증과 자살 미수, 인격경계혼란장애로 입원한 정신병원에서였다. 정신과 의사는 그저 형식적인 질문으로 병의 진단을 내리기에 여념이 없고, 그녀의 부모는 딸이 가진 문제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목을 더 신경 쓰지만, 마음 속에 비밀을 하나씩 품고 사는 또래 환자들과는 “그 애들이 비정상이라면 나도 비정상”이라며 특별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간호사 발레리는 수잔나의 말을 진심으로 믿어 주고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배려해주었다.
병원의 규칙을 어긴 탓으로 리사와 떨어지게 된 수잔나가 의욕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며 병원에서 퇴원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발레리는 그녀를 욕조에 집어넣고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넌 미치지 않았어. 단지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어린애일 뿐이야. 그렇게 네 인생을 낭비하려 하지마”라고.
병원에서 탈출한 뒤 데이지를 자살로 몰아넣은 리사에 대한 두려움과 그녀를 죽게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때 발레리는 수잔나에게 여기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며, 다시 사회로 나가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준다. 이를 계기로 수잔나는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긴 방황과 혼란 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회로 돌아온다.
7월 29일, 많은 간호사들이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렀다. 자신의 지식, 행동은 모두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에게 기대된 최소한의 역할을 수동적으로 행하는 것으로 간호사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환자를 특정 진단명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용기를 주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자도 울리는 징과 같다는 가스펠의 가사처럼 사랑을 품은 전문간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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