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21 오전 09:49:50

　내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출발을 앞두고 사회복지와 보건의료체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 제공자나 소비자 그 누구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기에 관계자들의 더 많은 고뇌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미국의 보건의료체계는 더욱 심각해 보이는데, 영화 〈존큐〉는 자본주의가 갖는 의료체계의 모순과 충돌을 잘 보여준다.

　철강회사에 다니던 존큐(덴젤 워싱턴)는 회사의 경영난으로 주당 20시간의 근로만을 보장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의 심장이식수술을 위해 거액이 필요하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의 신분변화는 자신의 의료보험도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새로운 민간의료보험 HMO로는 아들의 수술비는커녕 수술대기자 명단에 올리기 위한 보증금을 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험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존은 방송국과 병원의 인도적 호의에 매달려보지만 돈 없이 수술이 불가능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아들의 이름을 수술대기자 명단에 올리기 위해 병원을 점거한 채 인질극을 벌인다.

　〈존큐〉를 보면 처절한 부성애의 다소 억지스러운 장면으로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중대질병에도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보건의료체계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메디컬 드라마와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각 한 가지는 아무리 보건의료체계가 잘 돼 있다 하더라도 장기이식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기증된 장기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해 봄 고인이 된 유명 코미디언이 평소 시신기증을 소원한 대로 그의 시신이 의학교육을 위해 귀하게 쓰이고, 사망한지 18개월이나 지나 늦은 장례식을 치렀다는 뉴스를 며칠 전에 접했다.

　장기나 시신기증의 이야기가 특별한 사람들의 뉴스가 아니라 누구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타적인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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