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26 오전 10:09:25

　일확천금을 꿈꾸는 톰 리플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부호 그린리프 씨로부터 그림을 공부하러 로마에 가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필립을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인다. 학창시절부터 필립에게 무시당했던 리플리는 필립의 노골적인 멸시를 견디지 못하면서도 약혼녀 마르주를 포함한 필립의 모든 것을 동경한다.

　결국 필립과 마르주 사이를 이간질하고 필립을 살해한 뒤 필립의 신분증과 서명을 위조하여 필립 행세를 하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한편 마르주를 위로해주는 척하면서 마르주 마저 그의 여자로 만드는 데에도 성공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과 살해를 하게 되고 결국은 그 역시도 파멸하고 만다.

　1960년 알랭 들롱이 열연한 〈태양은 가득히〉는 `리플리 효과'라는 정신심리학적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자신이 바라는 상황이나 위치를 진실처럼 믿고 자신이 속한 현실은 오히려 허구라고 생각하는 증상이다.

　개인의 성취욕은 크지만 신분과 경제능력 등의 벽에 부딪힌 사람들이 자신의 현실을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 뿐 아니라 자신이 만든 허구를 믿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내다 보면 본인 스스로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학력위조의 중심에는 유명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가진 명성과 화려한 경력이 학력위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만한 명성을 얻는 데는 자기가 만들어낸 허구를 실제처럼 믿고 당당하게 행동한 것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리플리 효과'의 가능성을 제기해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학벌과 부가 평가 잣대가 되는 현대의 사회적 풍토가 계속되는 한 `리플리 효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리플리가 파멸하듯 그 거짓은 결코 완벽하게 감추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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