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10 오전 10:16:16

　〈씨 인사이드〉는 국민의 90%가 가톨릭신자인 스페인에서 안락사를 합법화 해달라고 주장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정신적 고뇌를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라몬 삼페드로는 썰물이 되어버린 줄 모르고 수면이 낮아진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이 부러져서 26년을 전신마비 상태로 살았다. “삶을 버린 자유는 자유가 아니겠지만 자유를 버린 삶도 삶이 아니다”라는 라몬의 역설에 그를 설득하러 온 신부는 발걸음을 되돌리고 만다. 장애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자유의 부스러기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라몬에게는 오히려 치명적이었기에 단호하게 죽음을 결정한다.

　영화를 보면 라몬이 동정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그는 변호사 훌리아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었으며 노동자 로사에게도 애정을 받는다. 그를 돌보는 형과 형수, 늙은 아버지와 조카까지도 한마디 불평하는 법이 없다. 라몬은 웃으면서 우는 법을 배웠기에 늘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남들처럼 살지 못하고 죽으려고만 하는 자신의 모습에 몸부림치기도 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삶에는 존엄이 없기에 이성적이고 온전한 정신으로 죽음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죽음을 결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라몬의 결정을 존중하고, 라몬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주려고 했던 로사도 결국 라몬의 죽음을 돕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증표를 남긴다.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할 때 삶과 죽음에서 주체적 인간으로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안락사라는 소재로 정면으로 언급한 영화 〈씨 인사이드〉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 볼 수 있었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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