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18 오전 10:24:17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미어와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칭송을 받는 그의 그림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소재로 한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예술가와 여성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 내용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간에 자칫 음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주인공들의 미묘한 관계가 극도의 절제감으로 묘사되어 화폭에 영혼을 담아내는 진정한 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타일에 그림을 그리고 살아가는 아버지가 실명을 하자 그리트는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베르미어의 집안 일을 돕게 된다.

　그 곳에서 그리트는 베르미어에게 창작력을 북돋워주는 뮤즈로서, 예술의 영감을 일으키는 모델로서, 훌륭한 도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정물화 대상물의 위치를 바꿔놓거나 물감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고운 색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화실을 청소할 때조차도 창문을 닦아도 될 것인가를 확인한다. 베르미어의 아내와 장모가 당연히 창문을 닦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자 “창문을 닦아놓으면 명암이 달라진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트는 예술을 알고 있고 예술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분명한 원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었으며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강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가끔 필자의 실습생들이 신생아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 닦는 것을 허드렛일 정도로 여기는 투로 불평할 때가 있다. 감염관리를 염두에 둔다면 작은 일조차도 조심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그리트를 보면서 창조적 간호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간호는 예술'이라는 간호학자들의 주장에는 `간호는 창조와 아름다움에의 끝없는 추구임'이 내포되어 있다.

　아무런 의문 없이 전문의의 의료지시에만 따르는 간호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임상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창조적인 간호사, 예술가로서의 간호사가 되길 바란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