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한인간호사 이주노동 역사적 가치 조사연구
◇ 간호협회 연구용역 보고서 나와

　`재외한인간호사의 이주노동의 역사적 가치에 관한 조사연구' 보고서가 발간됐다. 대한간호협회 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됐으며 연구책임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김 원 교수이다. 보고서에 수록된 연구의 배경과 목적, 조사작업 개요, 조사내용 등을 정리해 싣는다.

　우리나라 경제성장기에 노동자들이 해외로 이주해 노동을 한 경험과 이주가 이뤄진 구조적-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해외한인간호사에 대한 기초조사 연구는 경제성장기 여성의 이주 - 노동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위해 매우 긴급히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다.

　본 연구는 여성 간호사의 해외이주의 역사적 배경, 사회구조적 배경, 해외이주 매개 기구, 이주 이후 노동, 일상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조사함으로써 여성들의 단기 - 장기 해외이주의 역사적 복원을 위한 기초작업을 수행했다.

　우선 독일, 미국, 중동 그리고 베트남 등 관련 국가 간호사 파견에 관한 문헌자료 조사가 이뤄졌다. 60∼70년대 발간된 일간지, 저널, 대한간호협회보 등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기초로 문헌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둘째, 설문조사는 2011년 10월 대한간호협회가 주최한 제1회 재외한인간호사대회에 참석한 독일과 미국 이주 한인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셋째, 구술면접은 독일, 미국, 중동, 베트남 등 이주한인간호사 총 19인에 대해 실시했다.

　본 보고서에서 다룬 사례들은 △민간에서 국가 주도로의 장기 노동이주(독일) △민간, 개인 주도형 장기 이민형 노동이주(미국) △국가 후원 하 자본진출 동반형 단기 노동이주(중동) △동아시아 냉전에 기초한 국가/자본 동반형 단기 노동이주(베트남) 등 4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한국인 간호사 해외이주의 역사적 가치를 포괄적인 측면에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1960∼70년대 국내 실업문제 해소, 저임금 문제 해결 그리고 국내 송금을 통한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한 경제적 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 경제개발의 주요 자원을 마련했다.

　둘째, 간호사와 이들에 의해 형성된 한인공동체는 근면한 한국인, 꿀벌처럼 성실한 한국인의 이미지를 심어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셋째, 간호사들은 이주국에서 간호노동으로 독립적 여성이자 전문직 종사자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간호계 발전에 기여했다.

　이번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해외 이주간호사의 역사'(가제)란 제명으로 대한간호협회에서 독자적으로 간호사 이주의 역사에 관한 대중적인 역사서를 편찬할 것을 제안한다. 간호사의 해외이주사는 노동이주, 이주사, 여성사 그리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한국인 디아스포라(diaspora) 등 여러 연구영역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학문적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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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 일 : 민간에서 국가 주도로의 장기 노동이주
◇ 한국 경제성장 이룬 초석 `파독간호사'

　1950∼1970년대 1만여 명의 한국 간호사들이 독일로 떠났다.

　독일에 진출한 간호사들은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다. 이들이 보내온 외화는 경제개발의 주요 자원이 되어 빈곤국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큰 몫을 해냈다.

　간호사들의 독일 취업은 한국 노동자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했다. 재외한인사회 구축과 한국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파독 한인간호사들의 탁월한 간호기술과 성실한 근무태도는 민간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세계가 한국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꿀벌처럼 근면하고 성실한 한국 간호사 이미지를 심어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1950년대는 기독교단체 등 민간의 중재를 통한 이주가 이뤄졌으며, 주로 간호교육을 받기 위한 학생 자격으로 독일에 갔다. 1960년대는 민간단체를 매개로 한 인력수출로 이주가 주를 이뤘다. 1970년대는 `한·독 정부 간의 간호원 협정' 체결에 따라 정부가 간호사 파견을 주도하는 시기였다. 1976년을 마지막으로 국가 간 협약에 의한 간호사 이주는 막을 내렸다.

　간호사들은 독일로 이주한 동기를 `돈을 벌기 위해서' `해외에 나가고 싶어서' `자아실현을 위해' 순으로 꼽았다. 이들에게 독일은 안정적인 고용과 수입을 보장하고, 전통적 가족관계 및 남녀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한국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파독간호사들은 처음에는 독일의 간호 특성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식 기초간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성실히 수행해 독일 사회에서 호평받았다.

　파독간호사들은 이주 초기에 언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독일어 과정에 다니거나, 개별적으로 야간학교나 학원에 다니며 언어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한국의 관습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는 독일인의 사고방식을 습득해 나갔다.

　파독간호사들은 직업의식, 친절함, 성실함으로 독일 사회에서 환영받았다고 회고했다. “한국 여성 특유의 민첩함과 기술로 환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환자나 환자가족들의 신뢰를 받았다.”

　파독간호사들은 간호단체를 조직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파독간호사들의 친목과 정보교환은 물론 한인사회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독일 사회활동에 참여해 독일과 한국사회, 재외한국여성들의 국제교류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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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 : 민간, 개인 주도형 장기 이민형 노동이주
◇ 일-가정 성공적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 내려

　1964년 미국이 이민법을 개정해 아시아계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 한인간호사들의 미국 진출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직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취업이민은 미국 병원에 취업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 시민권을 획득하거나, 시민권자와 결혼해 가족이민을 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1967∼1975년 미국에서 취업한 한인간호사는 3126명으로 집계됐다. 1976년 보건사회부 등록간호사 2만3632명 중 미국에 진출한 간호사가 18.1%(4266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일쇼크 인한 세계적인 불황과 미국 내 의료인력 공급 증가로 인해 1977년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실제로 취업 길이 막히게 됐고 한인간호사들의 미국 이주가 감소했다.

　엘리트 전문직 여성인 간호사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갔다.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남녀차별 관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전문직업인으로 존중받고, 실력대로 평가받고 싶어서다.

　미국에서는 간호사를 전문직으로 대우했으며, 노동시간·강도·교육·훈련·승진·휴가 등이 한국에 비해 훨씬 유리했다. 고용계약을 간호사 개인별로 맺었기 때문에 대우가 좋은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한국 간호계에서도 선진간호기술을 배우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간호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미국 진출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한인간호사들은 이주 초기 영어능력 부족, 외로움,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적응해 나갔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하고 근면한 태도로 간호기술을 습득했고, 남다른 학습능력과 성취욕을 보였다. 기본간호를 강조하는 미국식 간호방식을 빠르게 흡수해 합리성을 수용하는 동시에 한국식 간호방식을 절충하는 지혜가 있었다. 한인간호사협회는 간호사들이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한인간호사들은 자신감과 노련함을 갖춘 전문가로 뿌리내리면서, 미국 사회의 중산층으로 안착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며 두 영역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이주한 간호사들은 한국 경제개발 시기에 부족한 외화를 획득하는 데 중요하게 기여했다. 선진간호를 배워 한국 간호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인간호사들은 미국 한인사회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한인간호사협회를 통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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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동 : 국가 후원 하 자본진출 동반형 단기 노동이주
◇ 우리나라 경제성장기 외자 확보에 기여

　간호사의 중동 이주는 베트남 전쟁의 종료와 함께 국내의 경제수준을 성장시키고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서 시작됐다. 중동 역시 복지제도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수한 해외간호사들을 적극 받아들였다.

　1976년을 기점으로 한국 인력의 중동 진출 붐이 일었다. 간호사의 경우 1977년 358명, 1978년 508명, 1979년 538명이 진출했다.

　계약은 국가 간 협정의 형태로 이뤄졌다. 근무기간은 1∼2년 정도로 단기간이었다. 항공료, 급료, 숙소 등은 대부분 고용주가 부담했다. 월 급여는 최고 870달러에서 최저 424달러 수준이었다. 연가 28∼45일이 보장됐다. 계약체결과 노동조건의 조정은 해외개발공사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

　간호사들의 중동 이주는 독일과 미국 파견이 제약되던 상황에서 국내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상대적인 저임금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식이었다. 경제성장기 국제수지의 불균등을 해소할 수 있는 주요 경로였던 동시에 외자 확보 경로의 다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중동에서 간호사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간호활동과 빠른 현지적응능력은 한국 여성과 노동력의 우수성을 보여주는데 기여했다. 간호사들은 언어, 기후, 이슬람 문화 등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인 특유의 적응력과 근면함으로 곧 현지 의료진과 융화했다.

　이번 연구에서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들은 “중동에서 한국 간호사를 제일 좋아했다. 우리들은 떳떳하게 대우받으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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