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옥성득 미국 UCLA 한국기독교 부교수(아시아언어문화학과 임동순임미자 석좌)

◇짧은 생애 긴 사랑으로 한국 간호의 밀알이 되다
◇청결법·살균소독법·간호 개념 도입에 힘써
◇과로와 질병으로 30세 젊은 나이에 사망
◇발인예배에 외교관·선교사·한국인 운집해 애도

정부병원 제중원은 설립 10년만인 1894년 9월에 에비슨 의사와 알렌 공사의 노력으로 선교병원으로 체제를 개편한 후, 1895년 4월 첫 정규 간호원 제컵슨(Anna P. Jacobson)의 부임으로 간호업무도 정상화되었다. 그녀는 청결법, 살균소독법, 간호의 개념을 도입했고, 한국인 조수들을 훈련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과 과로와 질병으로 내한한 지 2년이 되기 전 1897년 1월에 사망했다. 첫 해 콜레라 방역 사역 후 이질로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이듬해 간종양이 겹쳐서 여자 선교사로서는 처음 양화진에 묻혔다. 나이 30세였다. 1897년 1월 28일 〈독립신문〉 영문판은 다음 기사로 그녀를 기렸다.

“지난주에 우리는 자신의 생애를 기쁘게 한국을 위해서 바치고, 한국 땅에서 마지막 안식처를 행복하게 찾은 한 사람을 장사했다.

안나 제컵슨 양은 1866년 4월 18일 노르웨이 수스버그 마을 근처 노테로 섬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그녀는 부모의 강압으로 루터교회 교인이 되었으나, 자신이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양심은 괴로웠고 마음에는 만족이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갈등하다가 갈망하던 그리스도와 용서를 발견했고 장로교회에 입교했다.

이 무렵 그녀에게 큰 고난이 닥쳤다. 그녀는 양심상 불신자와 결혼할 수 없다고 느끼고 부모가 중매한 약혼을 파기했다. 장로회 교인이 된 것 때문에 그녀는 집에서 쫓겨났고, 열다섯 살 때부터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그녀는 간호원 교육을 받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게 되었고, 이 목적을 위해 1889년 미국으로 갔다. 상황에 따라 메인주 포틀랜드에 갔고 거기서 3년 간 집안일을 한 후 메인종합병원 간호원양성학교에 입학했다. 외국어(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성적을 유지했고, 자주 미국인 동료들을 능가했다.

오랫동안 그녀는 선교 사역을 하기를 원했고 졸업하기 1년 전에 북장로회 해외선교부에 지원자로 헌신했다. 간호원양성학교를 졸업한 직후 그녀는 한국의 에비슨 의사를 돕도록 임명되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메인종합병원과 한국의 정부병원이 너무 대조적으로 다르고, 살균법과 소독법이 없고, 장비가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특징인 지칠 줄 모르는 활력을 가지고, 그녀는 병원에 청결과 체계를 도입하는 어려운 일을 시작해서 끝까지 계속했다.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가? 2년 간의 사역의 결과, 잘 훈련된 몇 명의 조수들, 많이 증가된 장비들, 체계가 잡힌 병동 사역 등이 남아 있다.

병원 사역 외에 그녀는 거의 일 년 동안 전도 사역을 수행했다. 그녀의 탁월한 한국어 공부 실력으로 인해 그것이 가능했다.

1896년 8월에 시작된 병은 1897년 1월 20일 마침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병원에서 그녀의 자리는 채워지기 어렵고, 그녀의 상실을 전 공동체가 느낄 것이다.
　
언더우드 박사 집에서 매우 인상적인 발인예배를 드렸는데, 수많은 외교관, 선교사, 한국인들이 운집했다. 교인들이 5마일 떨어진 공동묘지에 그녀를 장사했다. 왕실을 위해서 사람을 고용해도 할 수 없는 그런 광경이었다.”

자원한 한국인 교인 24명이 상여꾼이 되어 정동에서 양화진 외인묘지까지 쉬지 않고 운구했다. 서울의 모든 기독교인이 함께 울면서 짧은 봉사, 깊은 사랑의 사람을 보냈다.

그녀의 후임으로 온 에스더 쉴즈 간호원은 40년 간 한국 간호를 발전시켰다. 쉴즈는 힘들 때마다 자신의 길을 예비해 주고 한 알의 밀알로 살다간 제컵슨의 위대한 삶을 기억했다.

근대 여성의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애를 개척한 제컵슨의 불굴의 용기와 이역만리 이방인을 위해 생애를 바친 그녀의 삶은, 일상의 무게에 눌려 가볍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여기에 참으로 성별된 삶이 있으며, 그녀와 알고 지내면 누구나 더 진실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이 글에서는 간호사 명칭을 근대에서 활동했던 당시 그들을 부르던 간호원으로 통일해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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