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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의료인이 먼저해요” (1) 장기기증 활성화 위한 간호사 역할
기사입력 2012-08-28 오후 13:39:31
- 장기구득 및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160여명 활약
- 고도의 전문성 · 의사소통 능력 갖추고 24시간 대기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은 1969년 생체 신장이식을 첫 시작으로 1979년에 뇌사자 신장이식이 시행됐고, 1988년 뇌사자로부터 간이식이 시행됐다.

 1992년에는 췌장이식, 신장 - 췌장동시이식, 심장이식이 연이어 성공적으로 시행됐으며, 1994년 생체 간이식, 1996년 폐이식, 2004년 소장이식까지 성공했다. 2000년 2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서 뇌사자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됐다.

 법률 시행 후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달리 유교적 사고 방식과 다소 경직된 규정과 절차 등의 영향으로 2000년 한 해 뇌사기증자는 64명, 2001년 52명, 2002년 36명, 2003년 68명, 2004년 86명, 2005년 91명으로 법률 시행 이전의 수준보다 급감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 대기자 중 5.7%만 장기이식 받아
◇ 뇌사기증자 증가 추세 희망적

 이후 국가 차원의 법률 및 제도 개선, 이식의료기관과 관련 학회 및 유관단체의 뇌사자 발굴 및 기증 활성화를 위한 협력과 교육 등 적극적인 활동, 유명인 등 사회 지도층의 장기기증을 매스컴을 통해 선한 소식으로 홍보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졌다.

 이에 힘입어 2007년까지 한 해 200건을 넘지 못하던 뇌사기증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8년 256명, 2009년 261명, 2010년 268명, 2011년에 368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집계한 2011년 한 해 동안 국내 뇌사자 장기이식 현황을 살펴보면 신장 688명, 간장 202명, 심장 98명, 췌장 43명이 이식을 받았고, 장기 등의 이식 대기자는 신장 1만1756명, 간장 5323명, 심장 294명, 췌장 571명으로 총 1만7944명의 대기자 중 1031명(5.7%)만이 이식 수혜를 받았을 뿐이다. 이를 선진 외국과 비교해 보면 인구 100만명 당 평균 장기이식 수혜자가 스페인 35.3명, 포르투갈 30.2명, 미국 25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3명으로 상당히 저조한 현실이다.

◇ 1992년 첫 장기이식코디네이터 등장
◇ 장기기증부터 이식까지 조정자 역할

 기증 장기가 부족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뇌사 진단을 받은 뇌사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장기기증의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장기이식만이 치료의 유일한 희망인 말기장기부전증 환자에게 안전하게 기증 및 이식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고도의 조직적이고 전문성·긴급성을 요하는 장기이식의 매우 복잡한 과정에 관여하고, 수술이 잘 이뤄지도록 조정하고 연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이다.

 1992년에 국내 최초로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발령받아 업무를 시작했다. 1999년 대한장기이식코디네이터회 발족 이후 현재까지 약 160명 정도가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가입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주로 뇌사판정대상자관리전문기관·뇌사판정의료기관·이식의료기관의 장기이식코디네이터, 뇌사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독립장기구득기관(한국장기기증원)의 장기구득코디네이터들이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크게 기증 장기를 관리하는 `장기구득코디네이터'와 이식수혜자를 관리하는 `임상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나뉜다.

 장기구득코디네이터는 뇌사와 뇌사조사 관리, 각 장기별 관리, 이식대상자 선정기준 등 관련 규정과 지침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뇌사자 발생 시 신속한 연락이 가능하도록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뇌사자 발굴, 뇌사자의 의학적 상태 파악 및 기증 장기 평가, 뇌사자 이송, 뇌사조사, 뇌사판정위원회 소집, 장기의 적출·보존·분배 조정, 뇌사자 가족의 정서적 지지와 사후관리 등의 간호를 담당한다.

 임상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장기기증자로부터 장기이식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뇌사자 발생 시 이식 대상자 선정업무와 관련해 24시간 연락 가능하도록 대기해야 한다. 이식 전 검사에 대한 조정 및 결과 평가, 이식수혜자 평가, 이식수술을 위한 입원과 수술 전 준비, 이식팀과 협조 하에 이식 전후 관리, 이식수혜자의 입·퇴원 전후 관리, 외래 추후관리, 장기이식대기자 등록 및 관리, 장기기증 및 이식에 대한 교육, 장기이식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조언·홍보 등을 담당한다. 연구 관련 학회 및 회의 참석, 정보수집과 통계 관리 등을 수행한다.

 이외에도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교육자, 자문자, 연구자, 행정과 관련된 역할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 및 유관기관, 일반인 대상으로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장기기증 중요성 알리는 데 힘써야
◇ 생명 구하고 사회 공헌하는 일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자격제도가 정식으로 구축돼 있는 것은 아니나 업무의 특성상 주로 임상경험이 3∼4년 이상이고, 투석실·중환자실·수술실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 긴박하고 복잡한 상황이 따르게 되는 장기이식수술 과정에서 관계된 계층들 간에 상충되는 갈등이나 문제 발생 없이 성공적으로 안전하게 기증과 이식이 이뤄지도록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 대인관계 기술과 함께 적극적인 태도 또한 중요한 자격 중 하나이다.

 2011년 뇌사추정자 신고제, 뇌사판정위원회 절차 개선 등 법률 개정 후 뇌사자 장기기증이 탄력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많은 발전과 향상이 예상되며, 장기이식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보다 확대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장기기증과 이식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서 유념해야 할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장기 및 조직의 기증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중요한 공헌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소중한 장기기증 결정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명심하고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과 그 가족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나 조직의 기증 및 이식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 대한 가치를 일반대중 및 전문인력에게 홍보하고 알려나가는 역할도 해야 한다.

홍정자(대한장기이식코디네이터회장)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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