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2-09-11 오전 07:48:24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의료법 제80조 개정안 철폐를 촉구하는 ‘전국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결의대회’가 열렸다.

9월 9일 천안역 서부광장에는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4000여명이 결집해 의료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결연한 의지와 힘을 표출했다. 천안은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양승조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충남 천안시갑)의 지역구 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결의대회 현장은 수많은 신문과 방송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는 한국 간호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항의 집회인 결의대회를 열면서까지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한 간호사들의 주장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성명숙 대한간호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국 30만 간호사와 7만 간호대학생은 의료법 제80조 개악을 반대한다”면서 “양승조 의원께서 발의한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은 국민 건강과 안전보다는 이윤추구가 우선인 일부 중소병원 경영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병원 근로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은 즉각 철폐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국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은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 간호협회, 의료법 개악 저지 활동보고 >

인사말에 이어 대한간호협회가 그동안 의료법 제80조 개정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온 활동에 대해 김옥수 대한간호협회 정책위원장이 보고했다.

간호협회는 양승조 의원을 세 차례 찾아가 면담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법 개정의 부당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설득했다. 양승조 의원이 국제대에 설치된 보건간호조무전공을 존속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개정안이 발의되자 즉각 ‘양승조 의원 대표발의 의료법 제80조 개정법률안 반대 공동성명서’를 대한조산협회와 공동명의로 발표했다. 성명서는 전국 간호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전송됐으며,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팩스로 발송됐다. 양승조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지역 간호대학 교수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간호협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료법 제80조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30만 간호사와 7만 간호대학생의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개정안에 반대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정치참여의 첫 걸음으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적극 신청했다.

각계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도 주력했다. 보건의료단체를 비롯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
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한국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 전국 특성화고등학교 보건교과연구회, 건강세상네트워크와 환자복지센터 등에서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개정안 철폐 위해 끝까지 투쟁 결의 >

활동보고에 이어 성명숙 대한간호협회장이 투쟁결의문 낭독을 통해 “의료법 제80조 개악안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30만 간호사와 7만 간호대학생의 힘을 모아 사즉생의 각오로 개악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투쟁결의문 낭독에 이어 전국간호대학생연합 의장 진형민 씨와 남자간호사 박근태 씨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

천안역 서부광장을 가득 메운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은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법 개정 철회하라 △국민 알권리 무시하는 의료법 개정 철회하라 △의료인 면허 우롱하는 의료법 개정 철회하라 △중소병원장 배불리는 의료법 개정 철회하라 △간호대학 다 죽이는 의료법 개정 철회하라 △의료기관 양극화를 초래하는 의료법 개정 철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힘차게 함성을 질렀다.

< 거리행진 통해 개정안 부당성 알려 >

결의대회를 마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양승조 의원 사무소까지 2.3km에 이르는 거리를 행진했다.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행진해 나갔다.

선두차량의 지휘 아래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면서 양승조 의원이 즉각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번 거리행진은 경찰에 집회 사전신고 후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됐다.

양승조 의원 사무소 앞에 도착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사무소가 위치한 건물 앞은 물론 네거리 인도를 사방으로 가득 채웠다. 이 자리에서 성명숙 대한간호협회장이 다시 한 번 투쟁결의문을 낭독했으며,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으로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이 철폐되도록 한마음 한뜻으로 끝까지 투쟁해 나가자”며 비장한 결의를 다지고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은 양승조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8월 6일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바꾸고 △간호조무사 시도지사 자격을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로 변경하고 △의료인 면허신고제를 간호조무사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양승조 의원은 개정안 발의뿐만 아니라 국제대에 설치된 보건간호조무전공(2년과정)을 존속시키겠다는 약속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