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최 신경림 국회의원, 주관 대한간호협회
◇ 간호사가 주도하는 혁신적 홈케어 활발

고령화 시대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 요구에 부응하는 한국형 홈케어 간호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

‘선진사례를 통해 본 미래형 국민건강 케어모델 대토론회(II)’가 12월 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신경림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후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일본의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한국형 홈케어 모델 개발방안을 모색했다.

신경림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선진국에서는 질적으로 안정된 가정방문간호서비스를 통해 노인의 보건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급성질환에 대한 입원기간을 줄이고 가정에서 간호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해 의료비 상승을 억제했고, 보건복지 선진국인 북유럽과 가까운 일본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재택케어모델을 도입해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의료비 절감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가정방문간호서비스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형별 기능과 역할 설정, 수가 및 법제도 정비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토론회가 가정방문간호서비스에 대한 선진사례를 경청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킬 미래형 국민건강 케어 모델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국민의 건강 특히 노인의 건강을 증진시키면서도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선진경제에 이르고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나라들의 경험을 배우는 오늘 토론회를 통해 좋은 대안이 제시되면 정책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김제식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우택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축사를 했다.

김옥수 대한간호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간호협회는 선진국의 지역사회 케어 모델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자 지난 2013년 10월 미래형 국민건강 케어모델 대토론회를 열어 네덜란드의 ‘뷔르트조르흐’와 일본의 ‘방문간호 스테이션’에 대해 살펴봤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사례중심에서 더 나아가 혁신적인 한국형 홈케어 모델 도입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스웨덴 및 일본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개회식에 이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미국 홈케어 모델 : 현재와 미래’ 주제로 엘리자베스 매디건(Elizabeth A. Madigan)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간호대학 교수이며 홈케어WHO협력센터장이 발표했다. 매디건 교수는 홈헬스케어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전문가이며,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는 홈케어 간호연구 및 임상교육분야의 WHO협력센터로 지정된 기관이다.

매디건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인구 고령화와 건강보험개혁으로 인해 홈헬스케어 수요는 더 많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만3000개 이상의 공인된 홈헬스케어 기관에서 14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령환자의 9.5%가 홈헬스케어를 받고 있고 이중 30%가 85세 이상 고령”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홈헬스케어는 퇴원한 환자 또는 병세가 악화된 환자 중 회복이 가능한 경우를 대상으로 하며, 환자가 스스로 자가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면서 “간호사 등이 매주 평균 1∼3회, 매회 45분 정도, 4∼6주 동안 방문해 전문적인 케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매디건 교수는 “미국 역시 고령 인구가 크게 늘고 있으며, 노년층들은 최대한 오랫동안 자택에서 거주하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호스피스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데,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홈헬스케어에서 호스피스 케어로 적절한 시점에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헬스와 관련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집에 있는 환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심부전과 같은 고위험환자군을 대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때 텔레헬스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특히 “텔레헬스에 대해 처음에는 돌봄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염려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상적인 케어에서 기계/기술의 도움을 잘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간호사는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디건 교수는 “어떤 유형의 홈케어든 한 직종에서 전적으로 혼자 해낼 수는 없다”면서 “다양한 전문직종이 팀을 이뤄 서로 보완하면서, 대상자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국제홈케어간호사회(ihcno.org)에서 가상 온라인 회의를 2016년 7월 27일 개최한다고 소개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캐나다 홈케어’에 대해 아이린 홀루비엑(Irene Holubiec) VON 캐나다 시니어 디렉터가 발표했다.

VON 캐나다(Victoria Order of Nurses Canada)는 1897년 창립된 캐나다 최대 규모의 홈케어 비영리기관으로, 최우수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건강은 가정에서부터 지킨다는 비전 아래 운영되고 있다. 52개 지역에서, 75개 이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5천명 이상의 직원과 9천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von.ca

홀루비엑 디렉터는 “캐나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은 15% 정도지만, 주정부와 준주정부에서 지출하는 공공부문 보건의료 예산의 45%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노인 6명 중 1명이 홈케어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케어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자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추가적인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병원 또는 장기요양시설에서 제공하는 치료를 대체 또는 보완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환자를 장기요양시설 대신 적절한 홈케어와 지역사회의 지지가 제공되는 자택으로 퇴원시켜, 집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높다”면서 “이는 자택 우선, 내 집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나온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VON의 홈케어 프로그램 중 간호사가 주도하는 혁신적인 사례로 꼽히는 E-Shift에 대해 소개했다. 말기환자(호스피스)나 복합적인 요구가 있는 소아 및 성인을 대상으로 24시간 홈케어를 제공하며,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홀루비엑 디렉터는 “홈케어 서비스 모델을 설계할 때는 이용자를 함께 참여시켜야 하며, 통합형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연구를 통해 서비스의 효과를 평가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 노년층을 위한 홈케어 간호’ 주제로 안니카 라게린(Annica Lagerin) 지역간호사가 발표했다. 라게린은 스톡홀롬 일차보건의료센터에서 지역간호사(District Nurse)로 일했으며, 카롤린스카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라게린 간호사는 “자택에 거주하는 스웨덴 노인 중 12%가 홈케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복합적인 간호요구와 의학치료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홈케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노인들이 자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지와 도움을 제공하는 홈케어 서비스, 환자 자택에서 전문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홈케어 너싱, 노년층 특수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게린 간호사는 “홈케어 너싱은 주로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지역간호사가 홈케어 간호를 담당한다”면서 “투약 지원, 투약 안전 사정, 통증 완화, 셀프케어 및 라이프 스타일 관리, 상처 치료, 당뇨 관리, 장루 관리 물품 처방, 낙상 예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케어 너싱 우수모델로 손꼽히는 Grannvard(그란느보르드)에 대해 소개했으며, 이는 스웨덴 말로 지역주민 돌봄(neighborhood care)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지역사회 기반 통합케어로의 전환’ 주제로 발표한 사토코 호타(Satoko Hotta) 국제의료복지대학대학원 교수는 “노인을 돌보는 주체가 가족 → 사회 → 지역사회(커뮤니티)로 변화하고 있으며, 지금은 지역사회가 가족과 상호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노인을 돌보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지속가능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중증의 개호 필요 상태가 되어도 원래 살던 지역에서 자신다운 삶을 인생의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 개호, 예방, 주거, 생활 지원이 원스톱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호타 교수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지역사회 케어 모델 Buurtzorg(뷔르트조르흐, 지역주민 돌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간호사가 자율성을 갖고 일하면서 주도해 나가는 모델이며,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뷔르트조르흐를 벤치마킹해 일본형 혁신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양 수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우리나라 방문간호서비스는 보건소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의료기관 가정간호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한 방문간호 등 3가지 있다”면서 “하지만 근거 법률과 제공 주체가 각각 달라서 비용효과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 홈케어 간호 모델을 발전시키려면 간호기관(Nursing Institution)을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요양병원, 요양시설, 재가장기요양기관 등의 역할 정립과 소비자 중심의 홈케어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기반으로 한국형 홈케어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우선 홈케어의 이념과 목적을 정립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한 홈케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대상자의 복합적 욕구에 대응한 급여 및 공급체계의 다양화, 케어인력의 적정성 확보와 합리적 배치, 서비스의 범위와 절차에 대한 정비, 적절한 수가와 지불보상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상희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오늘 토론회가 선진국이 미리 경험한 부분에 대해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노인장기요양의 핵심인력인 간호사들이 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노인들이 집에서 생활을 영위하면서 건강관리를 받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한국형 홈케어 모델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규숙·주혜진 기자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