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10-28 오전 09:26:25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10여년이 지나도록 부모님께 변변한 치료 한번 제대로 못 받게 해 드린게 늘 마음에 걸리고 죄스러웠는데 보건소에서 방문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렇게 찾아와 정성스럽게 간호를 해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지만 시범사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늘 걱정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정신지체자인 아버님과 편마비로 오랜 병중인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가정주부 김모씨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보건소 가정방문간호서비스에 대해 부탁한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씨는 "남편 수입 하나에 의지해 병든 부모님을 수발하고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어렵고 힘든 삶을 살다보니 `복지'라는 것은 꿈같은 말에 불과했지만 비로소 혜택을 받고 나니 실감하게 됐고 이제 바람이 있다면 사업이 확대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며 "우리를 정성을 다해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칭찬하고 싶어도 전달할 창구가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러나 "정말 절실하고 필요한 사업이 시범단계라는 말을 듣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부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방문간호사업이 지속되도록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김씨의 글이 올라간 뒤 보름간이나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궜다.

　강모씨는 "방문간호사들은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근무조건 아래서 너무나도 자기 가족처럼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며 "고령사회를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고생하며 일하는 분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모씨도 "가정간호제도가 일반 병원에도 있지만 저소득층의 가정에서는 꿈도 못꾼다"며 "부디 소외받는 국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다"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성북구 등 4개 구를 포함해 전국 14개 보건소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작된 대도시 방문보건시범사업은 `찾아가는 보건의료서비스'로 해당 지역주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매년 사업을 확대해 나가려던 당초 보건복지부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사업자체가 현재로써는 불투명한 상태다.

　고대 간호대학 유호신 교수는 "정부가 당초계획과 달리 사업진행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면서 지자체 여력에 따라 시행하는 곳도 있고, 하지 못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일부 여력이 있어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마저도 방문간호사 모두를 임시직으로 고용하거나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대학에 사업을 위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사업시행에 앞서 방문보건사업을 위해 추산한 필요 간호사 인력은 6902명이나 현재 이를 전담하고 있는 인력은 19.86%인 1371명에 불과하다.

　또 대부분 정규직이나 계약직이 아닌 임시직으로 고용돼 있어 불안한 고용상태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장애인, 노인, 영유아, 차상위가구 등을 대상으로 건강증진 위주의 방문간호서비스와 집중관리를 위한 가정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백찬기 기자 ckback@koreanurse.or.kr

백찬기  ckbai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