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05 오전 11:07:11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8월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의 핵심은 `과실입증책임'을 환자에서 의사로 돌린 것이다. 그동안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문성이 없는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했으나, 이 법안에서는 의학의 특성상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의사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했다. 그러나 환자와 합의했거나 보험에 가입해 보상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의사의 형사상 처벌을 면제해 주는 `형사처벌특례'를 일부 인정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재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이르면 이번 달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이번 법안은 모든 의료인을 범법자로 규정할 뿐 실질적 이익이 없다”며 “이제 의료인은 1%의 부담 때문에 소극적인 의료행위 밖에 할 수 없게 됐다”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의료분쟁 조정을 위한 법 제정은 1989년 이래 18년 동안 수차례 추진돼왔으나 과실입증책임을 놓고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해 매번 무산됐었다.

김현정기자  hj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