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12 오전 08:55:43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임부나 가족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제20조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의료법 조항을 200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고, 현행법은 법 개정 전까지만 잠정적으로 적용하라고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산부인과 의사와 변호사가 성감별 고지 금지와 관련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7월 31일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위헌의견, 1명이 합헌의견을 냈다.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 조항이 위헌임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만 해당조항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태아의 성별 고지 금지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면서 “하지만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부모의 정보접근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신 28주가 지나면 낙태 그 자체가 위험성을 동반하게 돼, 태아에 대한 성별 고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행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1987년 당시에 비해 남아선호 경향이 현저히 완화됐고, 2006년 우리나라 성비가 여아 100명 당 남아 107.4명으로 자연성비 106명에 근접하는 점 등에 비춰 임신 전 기간에 걸쳐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대처”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결정과 관련 보건복지가족부는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면서 부모의 알권리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종교계는 낙태가 증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태아 성감별에 관한 새로운 조항에 임신 전 기간에 걸쳐 완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판단했듯이 임신 28주 등 특정 기간 이후에 허용하는 쪽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규숙 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김경원 기자 kwkim@koreanurse.or.kr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