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3 오전 10:37:28

　국민 10명 중 8명은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될 경우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치료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연명치료중단의 법제화 방안'을 연구 중인 서울대 연명치료중단 연구단(연구책임자·이윤성 교수)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일반인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말기환자로 연명치료를 받게 될 경우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7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치료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진료를 뜻하는 말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영양공급 뿐만 아니라 각종 약물투여도 포함된다.

　말기환자가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의료인이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3.0%로 대부분이었다. 환자가 원할 경우 영양튜브관을 제거할 수 있다는 데 찬성한 사람은 87.4%, 심장마사지 등을 중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4.8%였다. 심지어 생명을 단축하는 약물처방에 대해서도 55.1%가 찬성했다.

　말기환자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89.4%로 나타났다. 심장마사지 등의 치료중단을 허용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81.5%였다.

　병원에 입원할 때 사전의사결정서를 작성할 뜻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5.1%로 나타났다. 사전의사결정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을 때 어떤 식으로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미리 지시하는 서류를 말한다.

　조사결과에 대한 토론회에서 고윤석 울산대 의대 교수는 “임종이 가까운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포괄적 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지침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연명치료중단을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지침을 마련하고 행정적·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사회적 수용수준에 따른 단계별 입법방안을 제시했다.

김보배기자  bbkim@kore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