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1-06-21 오전 11:29:10

6월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을 기억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전선에 나가 용감히 싸운 그들에게 영예로운 훈장은 주어졌지만 수많은 격전이 남긴 상처는 몇십년째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전국 5개 보훈병원에는 광복군 활동을 하다 부상당한 애국지사, 6·25와 월남전에서의 전상자, 4·19때 다친 군경 등 1천3백여명에 이르는 국가유공상이자들이 병상에 누워 진통많던 과거 역사의 순간들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척추나 뇌 손상으로 거동불능한 1급 환자부터 경미한 상처의 6급 환자까지 이들은 상태에 따라 상이등급이 부여돼 치료와 간호를 받고 있다. 상이처(국가유공자가 된 직접적 원인이 된 상처)뿐 아니라 이후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도 전액 국비로 치료받고 있다. 환자들 중엔 오랜 입원기간동안 연령이 높아져 기능부전이나 당뇨같은 노인성질환을 앓게된 경우가 많다.

일흔살의 노병 3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전쟁 당시를 회고하고 있는 서울보훈병원의 어느 병실.

6·25때 육군공병대 소속이었던 윤성중 씨는 차에 짐을 싣다가 허리를 다쳐 7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홍을용 씨의 상처는 중부전선서 적군탱크를 공격하다 총알을 맞아 생긴 것이다.

이윤진 씨는 인천상륙작전때 서해안 해병대로 전투에 나갔다가 머리를 다쳤다. 이씨는 "요즘 사람들은 애국심이 부족하고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는것 같은데 간호사들은 벨만 누르면 바로 달려와 우리를 봐줘 부르는게 미안할 정도로 고맙다"면서 "손녀딸 같은 간호사들이 쉴틈없이 애쓰고 있으니 간호인력이 더 충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질환에 대한 간호 외에도 가정문제를 겪게된 환자, 보호자가 없는 환자, 불우한 노후를 보내는 환자 등과 상담시간을 가지면서 어려운 사연들에 귀기울여주고 마음의 상처를 따뜻이 감싸주고 있다.

이렇듯 환자와 간호사가 인간적으로 접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다보니 상이자들의 병동은 가족같은 분위기다.

환자는 거리낌없이 간호부에 찾아오고 간호사는 환자들의 무용담 레퍼토리를 외울 수준이다. 몇십년지기로 두터운 우정을 이어가는 예도 흔하다.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친절한 이웃이고 살가운 가족인 셈이다.

전장에서 중상을 입어 하체가 마비된 남편의 병상을 30년째 지키고 있는 한 보호자는 "보훈기관에 유공자들을 위한 장기환자요양시설이 하루속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인 규명이 안된다는 이유로 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고엽제 환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았다.

20여년간 상이자들의 간호현장에서 근무해온 지켜온 서울보훈병원 송영희 수간호사는 "우리가 이렇게 잘 살아갈 수 있는 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고마운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이 유공자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그분들이 잃어버린 팔과 다리가 돼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