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4-25 오전 09:11:07

◇ 말-큰 소리-공격적인 말 사용

◇ 언어폭력 없는 병원 만들어야"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9명이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보호자나 환자가 간호사에게 화풀이를 한 경우가 많았다.

　언어폭력은 간호사들의 근무의욕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환자 간호의 질에 영향을 미치므로, 병원 차원에서 안전한 근무환경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병원간호사회(회장·성영희)가 지난해 정책과제연구로 시행한 `의료기관내에서의 언어폭력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책임연구자는 권혜진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가 맡았다.

　연구팀이 전국 16개 지역 1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3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6%(2095명)가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에게 언어폭력을 행한 사람은 △환자의 보호자 △환자 △의사 △직속상사 △동료간호사 순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의 내용은 `반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큰 소리를 지름 △위협하는 말이나 공격적인 말 △간호사를 무시하는 말 △비아냥거리는 말 순으로 밝혀졌다. 언어폭력이 주로 일어난 때는 평일 낮 근무시간이었다.

　언어폭력의 원인을 보면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과 관련된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간호사에게 화풀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간호사에게 화풀이 △의사에 대한 불만을 간호사에게 화풀이 △의료시설이나 기구에 대한 불만을 간호사에게 화풀이 한 경우가 많았다.

　언어폭력을 경험한 후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이나 생각은 `분노'였으며, 다음으로 △불쾌감 △자존감 저하 △굴욕감 △당황함 △직업에 대한 회의 △근무환경에 대한 실망감 순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물어본 결과 `참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무시한다 △침착하게 행동한다 △상대방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피한다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순이었다.

　자신이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48.6%가 `보통'이라고 답했으며, 대체로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 경우는 24.5%였다. 언어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 간호사는 33.9% 정도였다.

　언어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들은 사직(81.1%)이나 부서이동(65.1%)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은 장기적으로 간호사들의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아 존중감과 업무 생산성도 저하시키고, 인간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동료 간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간호사회는 "일할 맛 나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갖출 때 능력 있는 간호사를 확보해 수준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며, 그 결과 환자들의 치유와 회복이 빨라지고 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게 된다"면서 "앞으로 언어폭력 없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간호사회는 의료기관내에서의 언어폭력에 관한 연구에 이어 올해는 `신규간호사 현장 적응을 위한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규숙기자  kschung@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