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1-16 오전 08:56:26

　사상 최악의 해상 기름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충남 태안에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7일 이후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태안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간호사들은 소속병원 봉사단원으로 현장을 찾았다. 의료봉사와 방제활동을 펼치며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간호대학생들도 힘을 보탰으며, 개별적으로 또는 가족과 같이 봉사활동에 참가한 간호사들도 많았다.
　◇태안의 아픔 함께 나눈 고귀한 봉사 =사고현장 인근 충청지역 간호사들은 남다른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섰다. 건양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단국대병원 등의 간호사들이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순천향대 간호학과 봉사동아리 `사랑순간'과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도 기름때 제거작업에 동참해 구슬땀을 흘렸다.
　최주순 단국대병원 교육행정팀장은 “의료봉사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분리수거작업에 힘을 보탰고, 재활용 옷 모으기 운동도 펼쳤다”면서 “태안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전국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준 간호사들의 사랑이 이곳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보미 학생(순천향대 간호학과 3학년)은 “방제작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봉사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과 주의할 점 등에 대해 홍보해주면 좋겠다”면서 “봉사자들 덕분에 태안이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고, 모래 안 깊숙한 곳의 기름때를 제거하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름때 닦기 끝없는 작업 =피해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간호사들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참혹한 상황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름때를 제거하는 작업은 일일이 사람의 손이 닿아야 가능한 일이고, 기상이 악화되거나 강추위가 몰아닥치면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소외된 지역도 많기 때문이다. 기름 유출사고 이후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이 방제작업에 참여해 일당을 벌며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간호사들은 봉사활동을 끝내고 돌아서는 발길이 더욱 무거웠다고.
　지옥미 청담우리들병원 간호차장은 “점심도 거르며 종일 기름때를 닦아냈지만 돌아서기 무섭게 끈적끈적한 기름찌꺼기가 다시 묻어났다”며 참상의 실태를 전했다. “해녀마을에 이동진료를 나갔을 때 여든이 넘은 어르신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방제작업에 참여하느라 과로로 지친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면서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서해안 나들이에 적극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를 통해 사고현장을 다녀간 박은희 가톨릭대 성모병원 간호사는 “너무나 넓은 피해지역을 보며 처음엔 막막하고 엄두가 안났지만,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되찾은 후 아들과 함께 소라를 잡는 모습을 상상해 가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재난재해 대비 시스템 구축해야 =봉사활동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대형 재난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동병원과 안동시청이 공동으로 팀을 이룬 봉사단에서 활동한 정미경 안동병원 간호팀장은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하는 주민들이 많았는데, 천막을 쳐놓고 진료봉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 아쉬움이 컸다”고 밝혔다.
　김은순 서울적십자병원 간호사는 “봉사자들의 힘으로 대형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은아 학생(조선대 간호학과 2학년)은 “봉사에 참여하면서 예비간호사로서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이유정 김현정 김경원 기자〉

이유정기자  yjlee@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