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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를 위한 분노조절 워크숍 2] 도움이 되는 화, 해가 되는 화
기사입력 2014-06-02 오후 18:09:57

◆ 분노의 전화 ◆

"술을 마시다 취기가 오른 오씨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세 자리 번호의 전화가 연결되자 욕설을 섞어가며 상대를 모욕하기 시작했다. 전화 속 목소리는 오씨에게 폭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오히려 그는 더 심하게 화를 냈다. 증폭된 화는 심한 모욕과 욕설, 고성으로 이어졌다. 긴 통화가 끝나고 얼마 후 그는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이전에도 연행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구속되었다. 1930번이 넘는 욕설 통화가 반복된 뒤였다. 50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는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향한 화풀이는 분노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고 했지만, 결국 자기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와 피해를 입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화를 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행위를 세상은 용인하지 않는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신이 입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상처가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난과 모욕은 더 큰 비난과 모욕으로 보상받으려고 하게 된다.

하지만 화는 화를 낼수록 동력을 얻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병원에 대한 불만 제기가 거부되었다고 느끼는 환자 가족들도 그렇고, 쌓였던 불만을 풀기 위한 대화가 또 다른 벽을 만나게 되자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는 간호사들도 비슷한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욕을 하면 화가 더 나게 되는 것이다.

◆ 화의 증폭이냐 해소냐 ◆

대개의 경우, 소리 지르고 욕을 하면서 화를 풀려고 하면, 분노가 줄어들기보다는 확대되고 심화된다. 강화된 분노는 당연히 애초의 화보다 통제되기 어렵다. 사람이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사람을 끌고 다니게 된다. 이런 상태로 표출된 분노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반드시 후회할 일들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 경우에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인격을 모욕하고 날카로운 말로 상대를 헐뜯는다. 그렇게 되면 상대도 방어적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로 인해 더욱 화가 나게 된다. 자신이 화내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믿으면서 더 많은 화를 쏟아내는 것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낸 것을 정당화하려는 화내기가 이어진다. 문제의 해결은 더욱 더 멀어져 간다.

◆ 온당한 화? ◆

우리는 화내는 이유가 타당한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그럴 듯하면 화를 수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허용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는 꼭 그렇지 않다. 자신이 화낼 만한 이유라도 다른 사람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화내는 이유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입장에 따라 원인을 다르게 따지게 된다. 누구나 다 온당하게 생각하는 그런 화내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온당한가, 온당하지 못한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득이 되냐, 해가 되냐의 문제다. 원래 도움이 되는 화의 표출이 있다. 억울한 일이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고, 자신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상대에게 알리거나, 불가피한 싸움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화를 통해 에너지를 모으게 된다. 기능적인 화의 작용이다.

상황을 개선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불필요한 손해를 야기하고 잘못된 분풀이로 인해 자신과 타인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준다면 확실히 역기능적이다. 뒷감당해야 할 책임도 늘어난다. 화내는 사람은 스스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걷어 차내는 것이다.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꾀나 힘든 일이다.

◆ 해가 되지 않는 화내기 ◆

도움이 되도록 하느냐, 해가 되도록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화를 내고 말고’가 아니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화를 내야 내가 가장 바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화를 무조건 참는 것보다 화의 목적이 달성되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기능적이고 이득이다. 우리에게 화를 내거나 우리를 화나게 하는 사람에 대해 즉각적으로 보복하려고 하면 우리 자신이 아니라 화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러면 경기에서 지게 된다. 화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화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운동경기에서 반칙을 당하게 되면, 직접 보복을 하는 것보다, 심판이 상대에게 벌칙을 주게 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되는 화내기다. 우리의 기분이 보상 받을 수 있는 선택을 찾아야 한다.
화가 난 사람은 자신만 생각한다. 위대한 정신분석의인 Alfred Adler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사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치게 된다. 인간의 모든 실패는 이런 유형의 인물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화가 나면 이런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끌려 다니는 것은 손해다. 그런 상태에 빠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되새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화나는 상황에서 잠시라도 시선을 돌리고, 아주 단순하지만 화내면서는 할 수 없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구구단 8단 거꾸로 외우기, 옷장에 걸려 있는 옷들 왼쪽부터 하나씩 기억하기, 병동 간호사들의 이름을 모두 거꾸로 기억해보는 것 같은 일을 하면, 화로 몰린 에너지가 분산된다.

뭐든 더 나은 행동을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노는 놀랄 만큼 길들여진다는 것을 기억하라. 더불어 명심하자.

‘나 자신의 화든 다른 사람의 화든 그것이 내 자신을 좌우하도록 놔두기에는 나는 너무 소중한 존재고, 너무 멋진 간호사다. 그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것이다. 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화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더 나은 행동이 뭔지를 찾아낼 것이다.’

<글 : 멘탈케어 주현덕 대표>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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