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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롤로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의 하루
투석 마친 환자들 얼굴에 “오늘도 살았다”는 안도감이
기사입력 2021-05-27 오전 12:54:58

[글쓴이=인공신장실 간호사팀]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투석 환자들

표정만 봐도 무슨 일 있는지 짐작돼

이른 새벽부터 인공신장실 앞에는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문이 열리기엔 이른 시간인 줄 알면서도 인공신장실 앞에 앉아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들.

문을 열고 투석실에 들어서면 깜깜하고 고요함 속에 잠들어있던 투석기가 간호사들을 반긴다. 불을 켜고 기계를 켜서 삭막한 인공신장실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컴퓨터를 켜고 투석기계가 하나씩 켜지면서 환자 치료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인공신장실 간호사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신장이식을 하지 않는 한 평생을 투석기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어떤 환자는 우스갯소리로 ‘전쟁이 나면 기계를 한 대씩 들쳐 업고 도망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투석을 못 하면 생명을 연장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어차피 투석기만 들고 간다고 해서 투석이 되는 것도 아닌 걸 알고 있지만, 그만큼 환자들이 투석기계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투석을 환자는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를 계속 마주하게 된다. 일주일에 세 번씩 다시 뵙는 얼굴. 거주지를 이동하거나 이식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생명을 다하게 될 때까지... 간호사들은 환자가 아무 말 없어도 표정만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고, 환자 집의 밥숟가락 수까지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손 위생 및 기계 라인 조이는 습관으로

간호사들 손 부르트고 마디마디 갈라져

혈액투석은 신장의 기능이 다한 환자에게 두 개의 바늘을 찔러 몸속의 피를 빼내어, 신장을 대신한 수천 개의 가닥으로 이루어진 필터를 통해 혈액 내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고, 체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남은 하나의 바늘을 통해 몸으로 넣어주는 과정이다.

너무나 먹고 싶은 것이 많으나 식이조절이 필요한 질환이며, 평생 완쾌가 아닌 질환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좀 더 질 높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환자들은 수술로 만들어 놓은 동정맥루나 임시로 만들어 놓은 도관으로 혈액투석을 시작한다. 항상 아프다는 말과 함께 “안 아프게 찔러 주세요!”라는 말로 간호사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16G라는 아주 큰 바늘(헌혈할 때 사용하는 바늘이라고 설명한다)이라 안 아프게 할 방법이 없어 늘 마음이 무겁다.

아침 7시부터 투석을 시작해 오전 11시부터는 투석 종료를 한다. 인공신장실은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처럼 심정지 같은 응급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순간순간 급격히 혈압이 떨어져 의식이 저하된다거나 혈당이 바닥을 치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식은땀을 흘리며 의식이 없는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수액을 보충하며, 모니터를 달고, 포도당을 주고... 그제야 힘없이 대답하는 환자들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환자들은 한 손이 투석기계에 바늘이 연결된 상태이다. 말 그대로 기계에 묶여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 간호사들은 4시간 동안 전인간호를 하게 된다. 휴지 달라, 머리 올려 달라, 다리 올려 달라, 밥 달라, 물 달라 등등. 너무 다양한 환자의 요구에 가끔은 울적할 때도 있다.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감염관리를 위한 손 위생과 또 기계를 세팅하며 혹시 혈액이 샐까봐 꽉꽉 조이는 습관으로 투석실 간호사들의 손은 부르트고 손가락 마디마디는 갈라져서 피가 난다. 하지만 라인 조이는 일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안 그래도 빈혈이 있는 환자들의 혈액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4시간 소풍 간다 생각하라 위로하지만

환자는 그 시간을 지옥이라고 표현하기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오전 환자를 정리하고, 오후 환자와 새로운 일과를 시작한다. 때문에 투석실 간호사가 제시간에 점심 먹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점심시간에도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환자들에게 “4시간 소풍 간다는 좋은 생각으로 오세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환자는 그 시간을 지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투석을 마무리하면 환자들은 오늘도 살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투석으로 칼륨과 수분, 노폐물을 제거했으니 오늘은 맛있는 것을 먹어야지 하는 기쁜 얼굴로 간호사에게 인사를 한다.

“모레 또 보세.”

간호사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부디 오늘 밤 환자들에게 호흡곤란이나 식이조절이 안되어서 칼륨이 높아져 심장마비가 오는 일 없이 편한 밤이 되기를.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는 없어도 즐거운 휴일이 되기를.

인공신장실 간호사들도 대답한다.

“고생 많으셨어요. 모레 또 봬요.”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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