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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간호문학상 - 시·수필부문 심사평
홍정선(문학평론가/인하대 인문학부 교수)
기사입력 2013-12-17 오후 15:59:01

◇진솔한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

간호문학상 심사는 즐겁다. 매년 해온 심사지만 간호문학상 심사는 다른 문학상 심사보다 즐겁다. 그것은 글을 쓴 사람들의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 글이 지닌 진솔함 때문이기도 하다. 간호문학상에 투고하는 사람들은 환자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직업으로 택한 특별한 사람들이다. 이 특별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의 모습을 읽는 것이 즐겁고, 내면적·외면적으로 겪는 위기와 갈등의 모습을 읽는 것이 즐겁다. 이 특별한 사람들의 글을 통해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얻고, 인간이 아름답다는 믿음을 가진다. 그래서 간호문학상 심사는 항상 즐겁다.

〈시부문〉 황연숙의 「내려놓기」를 당선작으로, 홍선경의 「사랑방 진료소」를 가작으로 뽑는다. 당선작을 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가작을 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홍선경, 김선하, 권연지 이 세 사람의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홍선경의 작품을 가작으로 정한 것은 시적 세련성보다 생동하는 사투리가 주는 신선함이 심사자의 마음을 끌어서였다.

황연숙의 투고작 5편은 모두 고른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응모 작품 중 단연 빼어난 시어 구사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황연숙의 「내려놓기」는 사람에게는 간직해야 할 욕망에 못지않게 버려야 할 욕망이 많다는 것을 짧은 커피타임을 소재로 이렇게 표현한다.

“울울창창 / 무성한 생각들 / 길을 건널 때 빨간불이 들어오면 / 멈추어야 하는 것처럼 /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할 / 설렘과 기다림의 여유로”라고. 그리고는 “또 한 근의 무게를 내려 논 / 10분을 쌓는다”라는 간결한 끝맺음 속에 바쁜 생활 속에서 진행되는 반성적 휴식의 의미를 압축해서 담고 있다.

〈수필부문〉 이봉경의 「고장난 녹음기」를 당선작으로, 장우희의 「그날」을 가작으로 뽑는다.

수필부문 역시 가작을 뽑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장우희와 김경희의 수필이 비슷한 주제를 비슷한 수준의 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을 소재로 택한 장우희와 가족인 아버지를 택한 김경희의 수필은 모두 아름다운 깨달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일했지만 읽는 사람이 느낄 설득력의 측면에서 전자가 약간 돋보였다.

이봉경의 「고장난 녹음기」는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만드는 탁월한 수필이다. 첫째 이 수필은 이야기를 흥미있게 만들어 나가는 수법이 탁월하다. 전혀 어렵지 않게, 누에에 실을 뽑아내듯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둘째 이 수필은 반복되는 동일한 대화를 적절하게 배치한 수법이 놀랍다. 같은 대화를 지루하지 않게 발전적으로 배치한 수법이 전문가를 능가한다. 그리하여 이 수필은 놀랍게도 반복되는 동일한 대화를 유쾌한 해학으로 승화시키면서 누구나 기피하고 싶어 할, 골치 아픈 환자를 다루는 간호사들의 인내와 헌신에 대한 이해를 조용히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뛰어난 수필이다.

이번 심사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을 다른 해보다 유달리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당선된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애석하게 탈락한 분들에게는 내년을 기약하시라고 말씀드린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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