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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건보 적용 의료서비스가 비급여보다 대접받아야
김 양 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기사입력 2013-06-25 오후 13:36:28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 내는 비급여 증가
◇건강보험 적용 의료서비스로 병원 운영되면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 되는 서비스 늘 것

 지난 2월말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예상치 않은 `공공의료'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진주의료원은 지난 5월말 폐업 결정이 내려지고 관련 지방의회 조례안도 통과됐지만, 6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21일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주최한 `제4회 공공의료 심포지엄'에서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 및 강길원 충북대 의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 중 의료기관의 수익구조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비용 대비 수익에 관한 항목이 흥미로웠다.

 이를 보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이른바 `급여' 항목은 의료기관이 쓰는 전체 비용의 69.2%를 차지했는데, 수익에서는 전체의 51.5%에 불과했다.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비용은 전체의 18.8%에 그쳤지만, 수익은 전체의 36.1%나 차지했다.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데 있어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최신 의료기기를 설치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은 공공의료기관은 수익을 내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공공의료기관의 성격상 그런 방법으로 수익을 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민간병원처럼 수익을 내려면 굳이 정부가 지원을 해서 공공병원을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강 교수의 발표자료를 보면 2008년 기준 비급여 가운데에서도 선택진료비(특진비)가 단일항목 비급여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 입원에서는 전체의 28%, 외래에서는 22%나 된다.

 10여년 전인 1996년만 해도 비급여 가운데 선택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입원과 외래 모두 17.7%에 그쳤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비중이 커진 것이다.

 결국 병원은 선택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를 많이 고용해 수술이나 검사, 처치 등을 많이 하면 할수록 수익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건강보험 적용 항목에 해당되는 부분은 가능하면 덜 하면 된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필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간호사 등 각종 의료인력에 관심을 덜 가질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로봇수술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는 많이 받을지 모르지만, 수술 뒤에 간호를 해주거나 검사결과를 설명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환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병원이 비급여에 집중하게 되면 아직까지 비용효과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건강보험급여 항목으로 들어오지 못한 최신 의료나 효과 대비 비용이 큰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권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복부에 생긴 종양 등을 제거할 때 고전적인 방법인 개복수술을 할 수도 있고, 복강경수술이 있고, 최신 기계인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했을 때 수익 논리로 하자면 환자에게는 매우 부담이 크면서 병원에는 수익이 많이 남는 로봇수술을 권하게 된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로봇수술이 기존의 수술보다 더 낫다는 의학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현재처럼 아직 의학적인 효용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로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현실 대신 건강보험 적용 의료서비스로 병원 운영이 되도록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게 개선된다면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 지금까지 병원이 큰 이익을 누리지 못해 관심을 덜 가졌던 간호서비스를 비롯해 사람이 투입되는 서비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당장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을 비롯해 많은 의료기관의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이 개선안은 간호사 업무환경도 크게 개선할 것이다.

 현재 환자들은 더 많은 간호사의 손길이 필요한데, 면허를 받은 간호사의 절반 가까이가 간호사에 종사하지 않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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