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06 오전 09:52:34

- 김진호

오전 8시 파란 철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른 뒤
묵묵한 발자국에 이어 철컥하는 암호가 들리면
내 눈 하나 보일 정도의 틈 사이로
서둘러 의료진의 요새로 들어간다
30분간의 짧은 인계를 마치고
22개의 열쇠가 묶인 꾸러미를 받으면
보호자이자 권력자의 반열에 올라간다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내시간의 반은
22번째 열쇠이다
나는 어찌되었든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불시검문을 하고
그들이 가는 어느 곳이든 따라간다 설사 욕실에서 자위를 한다해도
내 17번째 열쇠 앞에서는 소용없다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탈출을 감행하는 60 어르신의
사지를 꺾는다 7대의 카메라를 피해 연락처를
주고받는 이들을 격리실에 넣는 것도 어찌되었든 그들의 안전을 위함이다
제대 한달 남짓 전역 전 은혜를 베풀고자
이소라 2집를 허락한 순간 내 은혜를 반절 내어
자신의 동맥을 긋는다 진정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는 흡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동맥에선 축하의 폭죽이 터진다
그곳 최고 권력자들은 매스보다 서늘한 눈으로
나의 동맥을 난자하나 시간의 힘을 빌어
다시는 오지 않을 파란 철문을 등뒤로 내 마음의 파란 철문도 굳게 닫았다
기억 속 파란 철문이 닫힐 무렵 전화가 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철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고
그 문마저 닫으려 도심한가운데
두리번거리며 서있다 참 더운 겨울이었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