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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간호문학상 - 시·수필부문 심사평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 확인하는 즐거움
기사입력 2010-12-22 오후 15:20:35


 박목월은 「만술아비의 축문」이란 시에서 이승 저승 다 다녀 봐도 인정보다 귀한 것이 없다는 말을 했었다. 심사자는 박목월의 이 말은 간호문학상에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상을 심사할 때마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까닭이다. 작품에 나타난 간호사들의 일상생활과 그 생활에 배어 있는 마음씨를 따라가는 심사과정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간호문학상 심사는 늘 심사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시부문〉 심은정의 세 작품은 모두 다른 응모자들의 작품보다 단연 뛰어났다. 이런 사정 앞에서 심사자는 심은정의 「산부인과 병동에서」와 「금연 클리닉의 오수」 두 편을 대상으로 잠시 즐거운 고민에 잠겼다가 「금연 클리닉의 오수」를 당선작으로 골랐다. 그리고 가작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박수진의 「어느 날 문득」을 뽑았다.

 심은정의 시어 구사는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졸면서 담배를 매개로 아버지를 떠올리고 아버지의 이미지를 금연클리닉 환자에게로 연결짓는 수법이 참신하면서도 따뜻함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늙은 아버지는 그 후로도 점점 늙어가더니 / 그만 자유로워지셨다”라든가 “세월만큼은 어쩌지 못하시는지 / 아버지는 더 높은 하늘로 총총하셨는데”와 같은 방식으로 담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떠올리고, 그 기억을 금연클리닉 환자들을 향해 “세월을 건너뛰지 않으려면 금연하세요”라고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로 연결시키는 수법이 뛰어나고 자연스럽다.

 박수진의 「어느 날 문득」은 유머러스한 참신성을 자랑한다. 발가락을 매개로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발상과 표현이 재미있다.

 〈수필부문〉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민주혜의 「아버지의 냄새」, 김 송의 「안녕! 테네시」, 정계선의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워」 세 편이었다. 이 세 편의 수필 중 민주혜의 「아버지의 냄새」를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었지만, 정계선의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워」를 탈락시키는 데에는 고민이 필요했다.

 민주혜의 「아버지의 냄새」는 아버지의 고유한 냄새를 인정하고 그리워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을 마치 한 폭의 정갈하고 산뜻한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다. 모든 장소와 사물과 사람에게는 고유한 냄새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 시절 싫어했던 아버지의 냄새를 그리워하게 되는 모습을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그리는 것이다.

 김 송의 「안녕! 테네시」 역시 아름다운 수필이다. 미국 유학 중 만난 남자, 짧은 행복을 남기고 죽은 남자, 그리고 홀로 두 명의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이 수필은 아름다운 기억의 힘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당선자 네 분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밀려난 모든 간호사들에게 다시 박목월의 시구를 빌어 위로를 보낸다. 이 세상에서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헌신과 마음씨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고.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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