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4-07 오후 13:17:24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겨울이 끝나고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나는 환희의 봄이 서서히 나의 곁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신규간호사라 불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2년차로, 후배간호사를 맞이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책임감이 더 커짐을 느낀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하고 허점투성이인 나를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속에서는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간호기술만 뛰어난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지는 않았는지… 나이팅게일 선서식 때 촛불을 앞에 두고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맹세했던 내가 지금은 많이 건조해져 있음을 깨닫는다.

　병든 자들의 곁에서 나의 손과 발은 부지런했으나 따뜻하지 않았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지만 아픔을 녹이지는 못했으며,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었지만 가슴으로 안아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 1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있다.

　어릴 때부터 꿈이 무어냐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항상 대답하던 간호사. 마치 그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있다는 듯이 다른 꿈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그래서 정말 훌륭한 간호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아무런 감정없이 짜여진 근무표에 맞춰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환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웃음이 순간순간 힘들고 지쳐있던 나에게 힘이었고 희망과 기쁨이었다는 것을 이제와 깨닫는 어리석은 나이다.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일과 속에서 내가 하고 있는,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간호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달려왔던 지난 1년.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시작하는 1년도 헤아려 본다.

　간호사. 내 몸이 지쳤을 때 바라만 보아도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나의 길. 그 이름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뛰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길에서 항상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길이 아름다운 꽃이 놓여진 길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는 행복이 있고 기쁨이 있고 감사해야 할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이번 반성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정은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