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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통신-`환자의 권리선언' 철저히 지켜
김 옥 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기사입력 2005-05-06 오전 10:45:52

 `고객은 왕이다'라는 흔한 캐치프레이즈는 이제 세일즈맨들만의 용어가 아니다. 정부나 공공기관과 모든 서비스업계의 경영자들이 같은 사고를 하는 것이 현저하다.

 미국에서는 최근 10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병원을 광고하는 예는 없었던 일이다. 요즈음은 신문이나 라디오 등에서 병원의 특성이나 전문분야를 대거 선전한다. 물론 보험업계의 영향도 컸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환자들이 몰려오던 지난 세기와는 달라진 추세이다.

 오래전 내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할 적에도 환자는 나의 최고의 보스이려니 어렴풋이나마 다짐을 하고 머리에 하얀 캡을 썼었다. 이제 이곳 북미주의 환자는 완전한 제왕의 위치에 올라와 있지 않을까 하는 맘이 들곤 한다.

 병원마다 사람들이 제일 쉽게 볼 수 있는 곳, 주로 방문객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는 `환자의 권리선언(The Patient's Bill of Right)'을 액자에 넣어서 걸어두고 있다. 그리고 간호사들 스테이션에도 벽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다. 간혹 환자들 병실마다 걸어둔 의료기관도 있다.

 이곳은 철저한 지방자치제의 영향으로 주 정부마다 채택한 선언이 따로 있다. 그 어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윤곽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간호사의 진정한 고용주가 누구인가를 되새기자면 환자의 권리선언을 먼저 알아야 하기에 여기서 대략 간추려 본다.

 △환자에게 주는 정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언어 장애(필요하면 통역사가 있어야 한다)나 신체적 장애에 대해 철저히 배려받을 권리 △응급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응급환자의 진료를 절대 거부하지 못한다.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그 의료기관을 통해서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 △국적, 성, 종교나 경제적 여건에 차별을 받지 않고 치료를 받을 권리 △의료기록은 환자가 원하면 언제나 볼 수 있다. 그 기록이 사실과 다르면 수정을 요구할 권리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관계 기관에 보고할 권리 △치료를 거부할 권리 △개인의 비밀을 보장받고 원하지 않으면 실험용 의료에는 불참할 권리 등이다.

 대개 위의 조항들이 연방정부 소비자보호국에서 제시한 것인데 필자가 있는 뉴욕 주의 경우 19개 항목이나 된다. 그중 특이한 것은 금연이 된 방에서 치료받을 권리, 의료종사자들 특히 의사나 간호사 등 치료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직책을 알 권리까지 명시돼 있다.

 자칫 법이란 힘 있고 이름 있는 사람들만 누리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것이 요즈음 세상 형편이다. 하지만 법학자들은 약하고 눌린 자들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두고 입법을 한다고 한다. 꼭 그런 맥락에서만도 아닐 터인데 이곳 병원에서의 흑인계 소수민족들의 권리 주장이 때로는 넘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백인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해서 보상심리로 간주되지만 자기들보다 더 소수인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민족과 국가적, 경제적, 사회적 직책 등을 다 동원하더라도 병원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환자인 것만은 사실이다. 몇 년 전에 집 없는 떠돌이 아저씨가 입원한 적이 있었다. 동료 헬렌이 지극 정성으로 목욕을 시킨 후에 점심으로 두 사람 몫을 주문하기에 마음으로 감동한 적이 있다.

 간호사들의 직속상관은 수간호사이다. 하지만 더 윗자리의 보스는 나의 환자가 아닐까?

김옥수  news@nurs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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