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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간호를 발전시키는 질문 `Why ?'
김성혜(공단 일산병원 책임간호사)
기사입력 2009-11-25 오전 09:41:59


 16년 간 근무해온 중환자실을 떠나 응급센터로 근무부서를 이동했다. 처음엔 서운하고, 정복을 입고 근무하는 것조차 낯설었지만 두 달째 접어드니 `why'에 대한 갈망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간호는 과학이다. 간호에 임하면서 난 늘 `why'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통해 발전해왔다. 환자가 왜 입원했을까, 왜 아팠을까, 왜 이런 검사가 내려졌을까, 왜 이 약을 투약할까 등등. 질문을 통해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고, 정확성을 갖게 됐으며, 한발 더 나가 발전할 수 있었다.

 병원간호사회가 주최한 간호용품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유치도뇨관 고정 장치'로 대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이 `why'에 대한 수도 없는 질문의 결과였다. 왜 우리는 이 고정장치를 필요로 했나? 답은 환자안전과 의료진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많은 질문과 답을 반복하며 2년 동안 드레인 키퍼 개발에 매진했고, 작년에는 드디어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식약청 인허가 신청 당시 심사관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이 제품을 왜 만들려고 하느냐, 그냥 반창고로 고정하면 되지. 의료인 편의를 위해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려는 것 아니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반창고로 고정해도 된다. 하지만 반창고로 고정할 때 환자들이 불편해하고 피부가 손상되기도 한다. 간호사는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수입제품의 반값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을 생산하려고 한다.”

 이렇게 멋진 답변을 했는데도 3개월 동안 허가가 나오지 않아 절망했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

 지금도 3교대로 근무하면서 환자간호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동료와 선후배들이 있다. 간혹 간호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후배들이 있으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다. 간호는 의사의 처방을 실행하는 단순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실현하는 것이니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이다.

 간호사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답이 없었다면 의료는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도 간호를 통해 과학을 실현하고, 인류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보람으로 일한다.

김성혜(공단 일산병원 책임간호사)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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