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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 노을꽃님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기사입력 2010-08-24 오후 14:42:28

살아생전에 어머님은 어린 시절 나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사람 꽃이 제일이지. 사람은 모두 다 제 이름을 가진 꽃이란다.”
그 말씀 뒤로 습관적으로 누구를 만나면 이름 석 자에 나름의 얼굴꽃잎을 그려보곤 했다. 하느님의 섭리를 헤아릴 수 없는 만큼 어쩌면 그렇게도 사람마다 생김새와 목소리, 마음과 성격의 색상과 모습이 다른 꽃인지. 긴 생각의 미로에 빠지곤 했다. 지구상의 70억을 가늠하는 사람 꽃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하다.
장기요양을 하시는 어르신 꽃들과 생활한지도 일 년이 다가온다. 소규모 요양원의 어르신은 스무 명에 지나지 않지만 보호자나 그 가족을 두루 만남이 나에겐 더없이 귀하다. 장기요양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이제 서산으로 향한 노을꽃이다.
올해 나이 94세. 알츠하이머 치매로, 아들이 오면 항상 “니가 내 동생아이가” 하시는 어르신. 잠도 주무시지 않고, 뇌졸중 편마비에 수염도 안 깎겠다, 옷 갈아입기와 목욕도 안하련다 등등 온갖 욕설을 하며 과격한 행동으로 사나워지는 님. 대변 주무르기가 즐거운 취미인 듯 큰 일감 주시며 싱글벙글 웃으시는 님. 돌아서면 금방 기억을 못하는 의식의 흐름으로 물건이 없어졌다고 다툼을 일삼는 님.
매일 허공에 머리 감는다고 웃옷을 벗어던지고 방긋 웃는 어머니. 무기력과 우울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거운 몸을 맡기는 님. 금방 부르고 또 부르며 불안한 마음으로 언제나 곁에 있기를 요구하는 멋쟁이 님. 걷지를 못하는데 한사코 걷겠다고 고집을 부려 다치면 어쩌나 조바심 내는 하루, 하루....
돌봄이라는 단어 속에 지킴이라는 의미도 포함되는 시간의 꽃님들.... 오늘도 마주한다. 민들레 꽃잎보다 느린 발걸음으로 호젓한 영혼을 헹구어 내는 아름다운 꽃님들의 눈망울을.
누구나 언젠가는 깊고 긴 강을 건너야 하는 인생길. 그 곳에 이르기까지 나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어르신들에게 정답고도 든든한 디딤돌이 되리라 싶었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그 사랑의 이름으로 행하는 자가 되리라 하였다.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주님께로 가야하기에 그 길목에서 나는 기도하는 디딤돌이 되어 노을꽃님들에게 뜨거운 사랑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