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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전 - 꿈의 목록, 안나푸르나에 오르다
박영희 안양샘병원 감염관리팀 간호사
기사입력 2014-06-25 오후 13:39:32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라는 책을 읽으며 히말라야 등반을 꿈의 목록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그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됐다. 대학 시절 산악부 후배의 제안으로 `의료담당 트래킹 너스'라는 보직을 맡아 안나푸르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까지 가기 위해서는 근력과 폐활량을 개선해야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일하다보니 과체중에 체력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나는 수영, 등산, 걷기 등의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었다.

 드디어 지난 4월 5일, 나를 포함한 일행 13명이 안나푸르나로 떠났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도 함께 했다.

 네팔의 수도인 카투만두에 도착해 1박을 했다. 다음날 총 8박9일간의 트래킹을 시작했다. 시누아와 데우랄리를 지나자 히말라야의 장엄한 모습이 나타났다. 만년설이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웅장한 바위산에 흐르고 있었다. 산소가 부족해 손이 저리는 것을 느끼며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트래킹을 하면서 현지 가이드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비스타리 잠잠”이었다. “천천히 가세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항상 `빨리빨리'에 익숙해있던 우리는 이 말을 날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4월 10일 오후 4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아들은 고산병과 설사로 하산하고, 나머지 12명이 끝까지 산행에 성공했다.

 우리는 2011년 이 곳에서 생을 마감한 한국의 산악인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의 돌무덤 앞에서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산악부 선배의 돌무덤을 만들고 사진을 안치했다.

 마지막 날에는 2년 전 우리 병원에 연수 왔던 네팔의 의료진을 초대해 선물과 의약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나푸르나를 오르다보면 아찔한 산자락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밭을 흔히 볼 수 있다. 자기 키만한 짐을 지고 고갯길을 오르는 짐꾼들과 여자들의 모습에선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어느 누구도 착취하지 않고 동물들과 순박하게 어울려 사는 모습은 참 감동스러웠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정갈한 살림살이를 유지하고,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를 돌봐준 고마운 분들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 풍경은 내 마음속에 네팔을 향한 그리움으로 오롯이 남아 있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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