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공공의료기관 최초로 서울의료원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 민간의료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의료서비스디자인과 혁신을 공공의료기관에 도입한 것이다.
센터는 서울의료원을 포함한 13개 서울시립병원을 대상으로 공공보건의료서비스의 혁신이 되는 일을 기획하고, 가이드하기 위해 설립됐다. 환자, 보호자, 의료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듣고, 사용자 중심의 혁신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보건기획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형병원의 응급의료센터와 산업장 보건관리자로 일했었다. 보건관리자로 근로자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며 ‘보건기획'에 흥미를 느꼈고, 간호사의 전문성과 보건기획 경험을 살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센터에는 센터장(의사)과 간호사인 나와 인터랙션디자이너 2명이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비스디자인의 개념도 생소했고, 내 역할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특히 분야가 너무나 다른 디자이너와 간호사가 의견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실제로 ‘생각 좀 말랑하게 하자'라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디자이너들과 ‘비판적 사고'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간호사인 내가 일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돼가는 지금 센터는 그 어느 곳보다 유연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조직이 됐다.
개소 초기에는 메르스 사태 후폭풍으로 병원입구관리에 대한 솔루션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체온이 정상인 사람에게 스티커를 부착해 두 번 이상 열을 잴 필요가 없게 만들었고, 환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었다.
올해 센터의 첫 프로젝트는 ‘헬스케어 메이커톤'이었다. ‘메이커톤'은 메이킹(Ma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경진대회를 말한다.
‘서울시립병원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삽니다 - 의료, 감성을 만나다' 주제로 열린 헬스케어 메이커톤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시민들이 참여해 보건의료서비스 혁신과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제품을 제작했다. 나는 참가자들의 멘토링을 담당했다.
센터에서 간호사인 나의 가장 큰 역할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조정자'이다. 의료진과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개선돼야 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찾아내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획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획을 위해선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했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장애물도 많았지만, 그 이상의 매력과 보람을 느꼈다.
보건의료서비스 혁신분야의 기획자로 더 많은 간호사들이 활약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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