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 심한 말, 꼬투리 잡기, 불공정한 업무분담 등 괴롭힘으로 느껴
■선배 - 힘든 업무하면서 후배 가르쳐야 하는 부담에 자극적인 행동
괴롭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때 이직 선택
업무 능숙해지고 적응 성공해도 상처는 남아
어느 순간 괴롭힘 대물림하고 있는 악습 없애야
간호부 차원에서 조직문화 개선 노력해야
신입간호사 실무능력 향상 체계적 교육 필요
간호사가 경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핵심범주는 `애증의 가르침 속에서 살아남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과정은 현실직면기, 시행착오기, 관계형성기, 해소기 4단계로 도출됐다.
이는 강지연 동아대 간호학과 교수와 윤선영 영산대 간호학과 교수의 연구논문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험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에서 제시됐다. 한국간호과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JKAN 2016년 4월호에 실렸다.
연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직한 경험이 있거나, 괴롭힘을 목격했거나, 가해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및 개인 면담을 실시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
△현실직면기 = 후배간호사들은 선배간호사가 업무 중 소리를 지르거나 심한 말을 할 때, 없는 사람 취급할 때, 불공정한 업무분담, 꼬투리 잡기, 망신주기, 뒷담화 등을 괴롭힘으로 받아들였다. 괴롭힘을 처음 대면하는 순간 당황하고 충격을 받았다.
선배간호사들은 자신의 업무도 힘든데 동시에 후배를 가르치고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말과 행동이 표출됐고, 가르침이 괴롭힘으로 변질됐다고 생각했다. 긴장된 상태에서 일해야 하는 간호업무의 특성,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분위기 등이 직장 내 괴롭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후배간호사들은 괴롭힘 속에서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자책했으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일부는 이 시기에 이직을 선택했다.
△시행착오기 = 후배간호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견뎌냈다고 말했다. 선배간호사의 엄한 가르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리 공부하기, 솔선해서 일하기, 살갑게 말하기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고군분투했다.
이 시기에 선배나 동료의 지지, 수간호사의 중재,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간호부의 노력 등 조직차원의 지원이 있을 경우 후배간호사들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다양한 전략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변화가 없거나, 적절한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후배간호사들은 이직을 고려했고, 병원을 그만뒀다.
△관계형성기 = 마음을 열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데 성공하게 되자 간호사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후배간호사들은 `많이 힘들지'와 같은 선배간호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부터 긴장감이 녹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병원 이외의 곳에서 선배와 식사나 대화를 하며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선배간호사들은 업무에 익숙해져가는 후배를 보며 자신이 상처를 주는 말을 했던 것을 후회했고, 후배의 힘든 점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해소기 = 후배간호사들은 업무를 능숙하게 해내기 시작하면서 괴롭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적응과 대처과정을 통해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괴롭힘은 상처로 남았다.
선배가 된 후, 어느 순간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방법대로 다시 후배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괴롭힘의 대물림 악습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업무환경과 같은 복잡한 조건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조직문화를 관계지향적으로 개선하고, 신입간호사의 실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숙현 기자 sh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