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가 탑승한 앰뷸런스가 30여대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을 보면서 가슴이 콱 막혔습니다. 그야말로 환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정말 큰 일 났구나 싶었지요. 일단 해보자 부딪쳤고, 하나씩 헤쳐 나갔습니다. 초기에 허허벌판 전쟁터 같았다면 지금은 병원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21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동산동 서문시장 앞)으로 앰뷸런스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간호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야전사령관은 바로 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성서 새병원) 간호부원장이다.
최연숙 간호부원장은 자정이 넘어 퇴근하고 새벽 일찍 출근하는 생활을 계속 이어오면서 '코로나 전사' 간호사들을 이끌고 있다. 지역거점병원 지정 한 달이 지난 시점인 3월 24일, 최연숙 간호부원장(사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역거점병원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지역거점병원은 일반 환자 없이 코로나19 환자만을 치료하는 병원입니다. 의료진이 드나드는 병원 1층 출입문 입구부터 통제구역입니다. 방호복을 착의 및 탈의하는 장소는 병원 외부에 컨테이너 부스로 각각 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비상대책본부 상황실과 간호사 휴게실은 별관 1층 건물에 마련돼 있습니다.”
- 간호사들 표정이 밝습니다.
“처음엔 신종감염병 환자만 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간호사들이 두려움을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못하겠다, 안하겠다 불평하는 간호사는 없었어요. 하루하루 놀랍게 적응하면서 맡은 책임을 다해나가는 데,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저희 병원 간호사와 전국에서 지원해온 간호사들 구분 없이 서로 챙겨주면서 팀워크가 단단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합니다.”
- 위기에 강한 간호사들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전대미문의 사태에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죠.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다음엔 일단 해보자, 그 다음엔 우리가 해야만 한다, 지금은 해내고 있다, 이렇게 발전해왔습니다. 간호현장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게 일상이다 보니 간호사들의 내공과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 저력이 이번 위기에서 드러난 것이죠. 또한 역사적으로 선배님들로부터 물려받은 간호정신도 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 6.25전쟁, 메르스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간호사들이 항상 앞장섰고 큰 역할을 해왔으니까요.”
- 간호사들 위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근무환경은 기본이고요. 특히 식사 잘하고, 휴식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주신 지원물품을 하나도 빠짐 없이 간호사들에게 고루 나눠주는 데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따뜻한 도시락, 과일, 과자와 음료, 속옷, 헤어드라이어, 머리핀(방호복 입을 때 앞머리 고정) 등 국민들의 정성과 사랑이 간호사들에게 소확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휴게실 앞에 전국에서 온 응원편지를 모은 게시판을 설치했고, 간호사들이 하나하나 읽으면서 힐링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지역거점병원 세팅 때 중점을 둔 부분은.
“간호사 인력 운영, 업무범위, 방호복 입기, 물품 확보 등등 새 병원 하나 오픈하는 이상의 부담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동산병원에서 베테랑 팀장급 간호사들을 지원받아 투입했고, 함께 전략을 짜고 체계를 잡았습니다. 저 역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간호사들과 함께 침상 만들기와 병실 준비하는 일을 같이 했죠. 장갑 두 겹 끼고 컴퓨터 작업하는 것도 어렵고, 말소리가 잘 안 들리니 의사소통도 힘들고… 직접 경험하고 솔루션을 찾는 것, 바로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비상대책본부 상황실은 어떤 역할을 합니까.
“위기상황에서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황실에는 행정·관리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들을 배치했습니다. 이곳에서 전체 환자 현황과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면서 병동과 의사소통하고 조율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병동별로 필요한 물품 수요를 파악해 공급하고, 전산 입력해야 할 부분도 총괄 관리합니다. 매뉴얼과 프로토콜도 업데이트하고요. 퇴근 못하는 날이 허다한데도 서로 나서 일해주니 고맙고 미안하죠. 믿음직스러운 관리자들입니다.”
- 대한간호협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로 큰 위기를 맞았는데, 지난 2월 27일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님이 찾아와 간호사들을 격려해주셨습니다. 감사하고, 힘이 됐습니다. 특히 대한간호협회가 정부와 협력해 대구·경북에 파견할 간호사를 모집하는 일에 큰 역할을 해줘서 자랑스러웠습니다. 지원자가 3500여명에 이르는 걸 보면서 놀랐고, 간호사는 모두 똑같은 마음이고 우리는 하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간호사로 38년 한길을 걸어왔는데요.
“일 많은 거 두려워하지 않고 매순간 열심히 살았습니다. 즐겁고 보람됐던 시간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 간호사로 일한 모든 날들이 좋았습니다. 제가 정치에는 문외한이지만, 각자 전문분야에서 바른 정신과 바른 목표를 가진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안철수 대표의 말씀에 용기를 냈고,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게 됐습니다. 간호사로서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데 밑거름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연숙 간호부원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상의 평온이 찾아오면 잠을 좀 푹 자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자전거도 실컷 타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말했다. 한때는 마라톤 하프코스를 거뜬히 달리기도 했다는 그의 어깨 위에 지금은 코로나 전투라는 무거운 짐이 얹혀 있다. “끝까지 잘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카리스마가 실렸다.
정규숙 편집국장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