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1일, 금강산 기슭.
이날 하루는 단순한 걷기 행사가 아니었다. 땀방울과 돌봄, 평화의 염원이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여정이었다.
새벽을 깨운 발걸음, 평화를 향한 시작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4시. 봉사팀의 숙소에서는 조용한 기지개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됐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봉사단원들은 서로를 챙기며 하나 둘 모였고, 이내 몸을 풀기 위한 준비운동에 돌입했다.
새벽 5시 정각,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단체사진을 촬영한 이들은 금강산의 흙길 위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뎠다. 첫 목적지는 금강산 인근 ‘샘통 고추냉이 농장’. 농장의 주인은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참가자들을 맞이했고, 간단한 견학과 이른 아침 식사가 이어졌다. 땀이 벌써 이마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고통 속에도 계속되는 걸음, 그리고 간호의 손길
이날 도보 일정에서 봉사단원들이 가장 힘들어한 건, 예기치 못한 체력 소모와 물집, 땀띠, 근육통이었다. 걷는 도중 여기저기서 “발바닥이 찢어질 것 같아요”, “허벅지가 너무 아파요”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에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이들은 간호돌봄봉사팀이었다.
이들은 늘 가방에 생리식염수, 소독약, 진통제, 습윤밴드 등을 챙겨 다니며 참가자들을 돌봤다. 이미 물집이 터진 이들에게는 상처 세척과 소독을 해주고, 가벼운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도 했다. 도보 중간중간에는 즉석에서 작은 ‘간이진료소’가 차려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은 간헐적인 비와 흐린 날씨 덕분에 온열질환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 고온다습한 날씨는 피부 트러블과 땀띠를 부추겼다. 특히 체력적으로 약한 고령 참가자들에게는 작지 않은 고통이었다.
역사의 현장을 따라 걷다 — 평화와 통일을 향한 발걸음
오전 7시 40분경, 참가자들은 월정리역에 도착했다.
폐허가 된 역사의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조용히 묵념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철길 끝에 서서 북녘을 바라보며, 이 여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이후 행군은 금강산 체험관, 평화전망대, 그리고 금강산 철교로 이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참가자들의 발은 단지 땅을 딛는 것이 아닌, 평화를 향한 염원을 새기는 행위였다.
휴식과 재충전, 그러나 끝나지 않은 간호의 시간
오후 1시 30분.
금강산 철교에서의 마지막 도보를 마친 참가자들은 간단한 점심 도시락을 들고 쉼터로 모였다. 몇몇은 벤치에 앉아 지친 다리를 주무르며 숨을 돌렸고, 몇몇은 간호돌봄봉사팀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 시각부터는 간호팀의 ‘진짜 업무’가 시작됐다. 숙소에 도착하자 피로 누적과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간호사들은 곧바로 개인별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돌봄을 제공했다. 땀띠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일반 피부약이 추가 입고되면서 보다 효과적인 처치가 가능해졌고, 저녁부터는 봉사 인력도 한 명 더 늘어나 돌봄의 손길은 한층 더 세심해졌다.
특별한 격려의 시간 — 회장님의 방문
저녁이 무르익을 무렵, 숙소에는 특별한 손님이 도착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이 직접 봉사단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자리를 찾은 것이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걸음 하나하나가 평화와 돌봄의 발자국이 되고 있다”며 현장의 간호돌봄봉사팀과 참가자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간단한 격려사 이후에는 모두 함께 따뜻한 저녁 식사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돌봄과 평화가 만나는 자리에서
금강산 자락의 바람과 풀잎, 그리고 흙길 위를 함께 걸었던 수십 명의 사람들.
이들의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 누군가의 물집을 닦아준 손길, 역사적 장소 앞에서의 침묵.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날의 여정은 단순한 걷기를 넘어 ‘연대와 돌봄, 치유와 평화’의 상징적 실천이 되었다.
오늘 하루, 그 발자국은 금강산 자락에 남았지만, 그 울림은 더 멀리 퍼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