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평화의 마을. 간호돌봄봉사팀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의약품 가방을 정리한다. 4시40분경, 한 참가자가 조심스레 다가와 발가락에 생긴 수포를 보여준다. 곧바로 포비돈으로 소독 후 폼드레싱을 부착했고, 양쪽 다리에 난 땀띠에는 리도멕스 연고를 도포했다.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한 걸음마다 아픔과 돌봄이 겹쳐지는 길
새벽 5시, 금강산 철길마을 체험관에서 걷기 대열이 출발했다. 삼합교를 지나 4.6km를 걸은 후 참가자들은 6시경 첫 아침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 여정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상처와 희망을 기억하며 걸음을 내딛는 '2025 통일걷기' 참가자들이다.
식사 직후인 6시 50분경, 한 참가자가 다리 근육통을 호소했다. 간호돌봄봉사팀은 근이완제와 진통제를 투여하며 말했다. “오늘은 무리하지 마세요.”
아침 8시 무렵, 남대천교를 지나 장수대교 인근에서는 어깨와 고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참가자에 대한 긴급 케어가 이루어졌다. 에어파스와 약물이 투여됐고, 10시경 숙소인 DMZ 생태평화공원에 도착하자마자 간호돌봄 활동은 또 한 차례 절정을 맞았다. 진통제, 근이완제 투여는 물론, 수분 상태와 발 상태 확인이 이어졌고, 숙소는 잠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역사와 마주하는 발걸음, 용양습지까지
오전 일정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암정교까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과거 김화군의 영화로움을 상징했던 다리 위에서, 봉사자들과 참가자들은 단체사진을 남겼고, 용양습지를 지나 용양보통문 인근에서는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6.25 전쟁사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이곳은 지금은 아름다운 습지형 호수로 변모해,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 걷기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간호돌봄봉사팀의 활동은 바빠졌다. 발 부위 물집 관리, 발톱 손상, 발목 염좌, 땀띠 등에 대한 케어가 이어졌고, 많은 참가자들이 다시 시작될 일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오후 4시 경력 많은 간호돌봄봉사팀 단원이 추가 투입되면서 상황은 눈에 띄게 안정됐다. 물집 및 근육통에 대한 대응과 냉찜질, 마사지 등 전반적인 케어가 효율적으로 이뤄졌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저녁식사 이후인 오후 5시부터도 참가자들에 대한 케어는 계속됐다. 간헐적으로 근육통, 땀띠, 물집에 대한 간호가 이뤄졌고, 물품 정리와 방수포 제작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간호 환경이 마련됐다. 히드로코르티손 계열의 연고를 사용한 화상에 대한 케어가 포함되면서, 단순한 의료지원이 아닌 전인적 간호의 현장이 펼쳐졌다.
보이지 않는 수고, 평화를 잇는 발걸음
간호돌봄봉사팀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 주된 호소 증상은 물집, 근육통, 땀띠였으며, 발목 염좌와 어깨·고관절 통증을 호소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하루 총 16시간, 오전 4시부터 밤 8시까지 이어진 간호돌봄의 기록은 단순한 업무의 나열이 아닌, ‘보이지 않는 수고의 연대기’였다.
“우리가 함께 걸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의 헌신 덕분이다.”
그 말이 절로 떠오르는 하루였다. 고통을 이겨내며 함께 걷는 이 발걸음은, 결국 분단을 넘어 평화를 향한 가장 단단한 실천이 된다.
특별취재팀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