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불러온 의료 공백은 결국 간호사들의 헌신으로 메워졌다. 하지만 의료 현장을 떠받친 이들의 과중한 노동은 환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건강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드러난 병원 생산시스템의 문제점 규명 연구’ 보고서는 전공의 이탈 이후 간호사들이 △환자 관리 △기록 및 행정 업무 △일부 처치 지원 등에서 노동 강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전담간호사의 경우 불명확한 업무 범위와 부실한 교육, 직무 불안정성 속에서 법적 위험을 감수하며 의사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태 이후 간호사들은 △초과근무수당 억제 △무급휴가 강요 △낮은 임금 인상률 등 경제적 불이익까지 겪었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인터뷰에서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어 야간 연속근무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돌아온 것은 과중한 업무와 번아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들의 과중한 노동은 환자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보고서는 전공의 이탈 이후 투약·검사 오류와 안전사고 증가, 의료 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했으며, 입원 기간 단축에 따른 환자 피해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영리 추구형 병원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공의의 저임금 노동력과 간호사의 과중한 헌신에 기반해 유지되던 병원 구조가 무너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간호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하위 규칙안에는 간호사들의 숙원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이 빠져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는 “간호사 없이는 병원도, 환자도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환자의 곁을 지킨 간호사들의 헌신이 단순히 ‘위기 극복’으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확충 △업무 범위의 법적 명확화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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