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의료 대란이 급성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치료 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지역 전문병원들이 안정적인 치료 시스템을 유지하며 환자들의 최종 예후를 지켜낸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에스포항병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2년간 급성기 출혈성 뇌졸중 환자 344명을 분석한 결과 의료 대란 이후 응급 이송 체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포항 지역을 넘어 대구 및 인근 지역에서 에스포항병원으로 전원 되는 환자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공백으로 인해 환자들이 더 넓은 지역을 돌아 전문병원까지 이송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2분에서 138분으로, 수술 시작까지 걸린 시간은 166분에서 200분으로 늘어났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 치료에서 병원 도착 및 치료 개시가 지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결과도 확인됐다. 환자들의 3개월 뒤 기능적 예후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 이는 응급 이송 지연에도 불구하고 전문병원의 안정적인 의료 시스템이 환자의 치료 성과를 지켜냈음을 의미한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대표병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이번 사태가 대학병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응급·중증 진료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가적인 의료 위기 상황에서도 환자 안전과 치료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별 전문병원을 강화하고, 응급 의료 전달 체계를 분산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의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응급 환자 이송과 치료 시스템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지역 전문병원들이 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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