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에 대응하고 산모의 건강한 출산을 돕기 위해 조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산사 교육 시스템 붕괴로 인력이 급감하면서 자연 출산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산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행복한 출산을 위한 조산제도 개선’을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경원 대구한의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현행 조산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으로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면서 산소아과 수련병원이 줄고, 이로 인해 조산사 교육과정마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조산사 교육은 1990년 전국 18개 의료기관에서 223명이 받았으나 2025년 현재 6개 기관에서 20명만이 수료 중이다. 김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매년 2000명의 조산사를 양성해 4만 명이 활발히 활동하며 저위험 임산부를 전담하고 있다”며 “조산협회를 교육기관으로 인정하고 분만 의료기관에서 실습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윤미 가천대학교 간호대학 명예교수는 ‘극도로 의료화된’ 출산 문화를 비판하며 조산사의 역할 확대를 통한 자연출산의 회복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출산의 99.9%가 병의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여성이 출산을 부정적으로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왕절개율 급증과 무통분만 선호 현상을 방어 진료 문화의 산물로 분석하면서 “조산사의 지지와 돌봄 속에 자연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긍정적인 출산 기억을 갖게 되며 이는 더 많은 자녀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조산사가 임산부 교육, 상담, 태아 건강 사정, 비약물적 통증 관리 등 산전·산후 관리 전반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임을 강조하며 “이제는 출산을 단순한 의료 절차가 아닌 여성의 의미 있는 삶의 경험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조산협회가 주관하고 대한간호협회가 후원한 이날 이날 토론회에는 지정토론자로 김원일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 정미경 조산협회 정책이사, 강숙정 간호협회 저출산고령사회 자문위원, 최세문 우분투건강정책랩 정책국장 등이 참석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해서는 조산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자연 출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박혜린 간호정책과장도 출산 환경 개선을 위해 임신부터 산후조리까지 포괄적 돌봄을 제공하는 조산사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며 정부가 조산사 양성 교육 강화 및 불필요한 규제 해소 등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조산사가 출산과 산후 관리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출산 과정에서의 만족도를 높이고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앞으로 조산사 양성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환경에서 실습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아울러 “조산사들이 방문 조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현장 전문가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국민들이 원하는 출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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