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현장이 마비된 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곁을 지킨 사람들은 간호사였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 진료지원 업무를 떠맡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낮없이 현장을 지켰다. 그 결과 의료체계의 붕괴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공의 복귀 이후, 이들의 헌신은 빠르게 잊히고 있다. 필요할 때만 불러 쓰고, 사전 협의 없이 부서를 옮기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과연 국가가 보건의료 인력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인가.
이수진 국회의원과 대한간호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담간호사 실태조사’ 결과는 현장의 절박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응답자의 62.3%가 전공의 복귀 이후 부서 이동·업무조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고, 절반 이상이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부서 이동을 경험한 간호사 중 74.8%는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통보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헌신한 인력을 존중하지 않는 구조적 무책임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 중 44.4%가 2년 이상 장기 근무자였다. 이는 전담간호사 제도가 이미 ‘일시적 대응’을 넘어 상시적 인력체계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교육과 자격체계는 여전히 표준화되지 않았다. 간호협회가 운영하는 공식 교육을 이수한 비율은 9.3%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병원 내부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진료지원의 질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59.8%의 간호사가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계속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히 직무 유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에서의 역할과 전문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간호사들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이들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간호사는 환자 곁의 마지막 보루이자 의료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인력이다. 국가와 병원은 이제라도 전담간호사를 ‘임시 인력’으로 취급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는 전문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 전담간호사 제도의 제도화는 곧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우리 의료체계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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