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대학교(USM) 간호대학에서 마취전문간호(Nurse Anesthesia) 분야를 이끌고 있는 공미정(미국명 Michong K. Rayborn) 교수는 미국 마취전문간호 분야의 선도적인 인물이다. 2021년에는 미국마취전문간호사협회(AANA)의 첫 번째 FAANA(Fellow of the American Association of Nurse Anesthesiology) 명예 회원으로 선정되며 임상, 교육, 연구, 리더십 분야에서의 탁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미 마취간호 발전의 가교 역할
공 교수는 한국 간호계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 마취간호학회(KANA)와 협력해 한·미 마취간호 제도 비교 연구를 수행했으며, 한국의 마취전문간호사(CRNA) 제도 발전을 위한 자문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그는 국내 학술대회와 포럼에서 ‘한·미 마취간호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 간호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다.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 교수는 미국에서 30여 년간 마취간호사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간호계가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과 후배 간호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30년 경험으로 본 ‘독립적 CRNA’의 중요성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한 공 교수가 미국행을 택한 배경에는 간호학의 전문성을 살린 독립적 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는 “의과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시절, 간호사로서 독립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CRNA(마취전문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미국에서 도전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그의 초기 정착 과정은 문화적 차이와 외국인 간호사에 대한 낮은 신뢰 때문에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환자를 직접 관리하고 결과로 신뢰를 쌓으면서 점차 동료와 환자들의 인정을 받게 됐다”고 회고했다.
공 교수는 현재 미국 마취 간호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로 ‘환자 관리 주도권을 간호사가 맡는 역할’을 꼽으며 이는 지난 30년간 미국 간호계의 핵심적인 발전이었다고 강조했다.
성장 조건은 교육 체계화와 간호협회의 리더십
공 교수는 한국 간호계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교육의 체계화와 대한간호협회의 역할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문직으로서의 간호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한다”며 마취 간호의 경우 “심도 있는 이론과 임상교육이 병행돼야만 환자의 안전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간호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한국도 미국처럼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제도뿐 아니라 협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간호협회는 국민 건강 증진과 간호사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간호사, 세계 어디서든 경쟁 가능
공 교수는 후배 간호사들에게 전문성, 책임감, 윤리의식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마취 간호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전인 간호’”라며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직업으로서 지속적인 학습과 전문 교육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간호계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적 지원과 간호협회의 리더십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한국의 간호사 수준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이미 한국의 간호교육은 수준이 높다. 체계적인 제도와 국제적 기준에 맞춘 교육이 더해진다면 한국 간호계는 머지않아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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