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복부 대동맥류(AAA) 환자 수가 최근 13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는 대규모 분석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팀은 환자 수 증가 현황을 분석하는 한편, 비파열 상태에서 스텐트 시술(EVAR)이 확대되면서 일부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했으며, 그 결과는 국제 학술지 2025년 7월호에 게재됐다.
<사진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
조성신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는 2010년 약 4천 명에서 2022년 약 1만3천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혈관 벽이 노화로 약해져 발생하는 복부 대동맥류가 대표적인 노인성 혈관 질환임을 보여준다.
실제 환자 발생은 70대가 가장 많았으며 80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유병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복부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파열 시 대량 출혈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므로 흡연, 고혈압 등 위험 요인을 가진 고령 남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복부 대동맥류의 치료는 손상된 혈관을 인공 혈관으로 대체하거나 보강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기존의 개복수술(OAR)은 절개 범위가 크고 회복 시간이 길어 고령 환자에게 부담이 컸다.
반면,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인공 혈관을 삽입하는 스텐트 시술(EVAR)은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빨라 고령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 기간 동안 스텐트 시술 시행 횟수는 2.68배 증가하여 2011년부터 개복수술을 앞질렀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 환자 중 스텐트 시술을 받은 비율이 2010년 14.5%에서 2022년 30.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스텐트 시술의 확산과 함께 파열 전에 발견된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의 연간 사망률이 1.4%에서 0.7%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신 교수는 “스텐트 시술 확산이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의 생존 개선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혈관이 파열된 환자의 사망률은 같은 기간 약 35%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파열 후에는 생존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 교수는 “조기 발견과 전문의의 체계적인 치료 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령자나 고위험군(흡연, 고혈압, 가족력 등)에게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진을 권고했다. 이어 “파열 전에 대동맥류를 진단하고 치료하면 사망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면서 “금연,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와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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