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던 뇌로 전이된 암의 치료 저항성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명확히 밝혀져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문경섭 교수와 병리과 이경화 교수 연구팀은 뇌 전이 폐암 조직을 분석하여, 암세포 주변을 둘러싼 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암연관섬유모세포(CAF, Cancer-Associated Fibroblast)’가 치료 저항성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뇌 전이암 표준 치료의 ‘왜 치료가 듣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했다. 연구 결과 CAF는 단순히 암세포 주변에 머무는 것을 넘어 암세포의 생존을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 세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AF는 사이토카인 IL26(인터루킨-26)과 CX3CL1 신호 단백질을 분비함으로써 암세포가 항암제와 방사선에 맞서 버티도록 유도한다. 실험 결과 이 두 가지 신호는 암세포 내 특정 경로를 활성화시켰다.
IL26은 JAK-STAT3 경로를, CX3CL1은 AKT-mTOR 경로를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침투력과 생존력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암세포가 상피간엽이행(EMT)과 암줄기세포 특성을 강화시켜 더욱 공격적이고 치료에 둔감해지도록 만들었다.
반면, 연구팀이 이 IL26과 CX3CL1 두 신호를 차단하자 종양의 성장 속도가 현저히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IL26 억제 실험에서는 동물모델에서도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하여,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뇌 전이암에서 암세포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에서 암을 돕는 ‘조력 세포’가 치료 실패의 원인임을 밝혀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IL26 또는 CX3CL1 신호를 제어하면 뇌 전이 폐암 환자의 치료 반응성을 크게 높여 생존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Hematology & Oncology> (실험혈액학&종양학, IF 13.5) 2025년 9월호에 게재됐으며 제1저자는 S. M. Abdus Salam 연구원이 맡았다. 해당 논문은 생명과학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도 선정되며 국내 연구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편집부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