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실천에서 최우선 가치로 여겨져야 할 ‘인간 돌봄(human caring)’의 본질과 의미를 다룬 간호 이론서 <인간 돌봄의 중요성>이 출간됐다. 이 책은 현대 의료시스템이 과학과 기술 중심의 효율성과 비용 효과성에 치중하면서 발생한 ‘인간 돌봄의 부재’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저작이다.
저자들은 간호의 본질이 환자의 총체적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돌봄의 경험에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환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대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간호 실천의 핵심임을 짚으며,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상학적·해석학적 접근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간호사의 돌봄 경험을 다양한 임상 현장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간호 이론이 형성되는 출발점이자, 간호 실천의 본질적 기반임을 밝힌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책은 전문 간호 실천의 본질을 ‘환자의 건강과 질환을 삶의 체험으로 이해하는 돌봄의 경험’으로 규정한다. 이는 기존의 기계론적·행동과학적 인간 이해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데카르트적 이원론에 기반한 생명 기계론적 모델과 유기체 이론의 구조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대신 인간을 ‘스스로 해석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현상학적 해석학 방법이 간호 실천에 적합함을 주장한다.
특히 제3장은 스트레스와 대처의 경험이 단순히 실증주의나 자연과학의 언어로 기술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시간성, 신체(체화된 지성), 상황, 관심, 감성 등 인간 경험의 핵심 요소들을 탐구한다. 간호사는 환자의 상황에 주목하고 그에 응답하는 ‘해석자로서의 돌봄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론적 논의는 다양한 질환 사례를 통해 구체화된다. 제6장은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 사례를 통해 증상이 환자의 삶의 맥락과 분리될 수 없으며, 의사소통의 한 형태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또한 만성질환자의 자기관리 역량이 의료인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관상동맥질환, 암, 뇌졸중, 폐쇄성 두부손상 등 여러 신경계 질환 사례를 통해, 환자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간호사가 어떻게 숙련된 돌봄을 통해 환자를 지지하고 회복을 돕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마지막 제10장은 간호사가 겪는 과중한 업무, 인력 부족, 감정 소진 등 현실적 어려움과 내적 갈등을 다룬다. 저자들은 돌봄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감정적·윤리적·존재론적 실천이며, 환자의 인간 존엄성과 삶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존재 방식으로서의 돌봄’임을 역설한다.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이 책은 간호 연구와 교육, 임상 실무에서 간호의 본질적 가치로서 ‘인간 돌봄’을 재조명하며 꾸준히 영향을 미쳐왔다. 역자들은 첨단 과학기술과 로봇·AI가 의료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는 오늘날, 이 책이 인간 돌봄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시의적이고 실천적인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자 Patricia Benner, Judith Wrubel, 공은숙, 고성희, 공병혜, 최귀순. 350쪽. 2만4000원. 현문사.
편집부 news@koreanursing.or.kr